온 국민 비탄에 빠뜨린 참사, 사회 지도자들 위선·부패 탓, 아이들에게 부끄럽고 미안해

김기포 기계중앙교회 목사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6천825t급)가 진도 앞바다에 침몰했다. 세월호는 흘러가는 세월을 잡지 못하고 깊은 바다속으로 침몰하고 말았다. 선장의 세심한 배려와 위기 대처 능력이 있었다면 인명 피해를 더 줄일 수 있었을 텐데 참으로 아쉽고 안타깝다.

세월호에는 전체 탑승객 470여명 중 현재 179명이 구조되고 대부분의 승객들은 구조되지 못하고 차가운 바다속에 갇혀 있다.

세월호에는 꿈 많은 청소년들이 미래의 희망을 안고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어떤 분들은 생업으로, 어떤 분들은 취업이 되어 첫 출근의 부푼 꿈을 안고, 어떤 이는 부부가 제주도로 귀농하러 가는 분, 세월호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 사연을 품고 승선하고 있었다.

누가 세월이 야속하다고 했던가? 바다에 침몰한 세월호는 야속하게도 여러 사람의 꿈을 빼앗아 가버렸다. 시간이 흐른다고 잊어 질까? 세월이 흘러간다고 지워 질까? 이미 숯처럼 검게 타버린 부모의 마음은 분노로 바뀌고 이것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비통에 빠져 있다.

수학여행은 젊은 날의 낭만이다. 미래에 소중한 추억이다. 그리고 공부에 지친 학생들에게 우정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요 여행을 통해서 자연과 친구가 되고 인생을 배우는 즐거운 시간이다. 그러나 구조된 이들에게는 악몽으로 다가왔고 구조되지 못한 이들은 싸늘한 시신으로 다가왔다.

여객선 세월호는 온 국민을 비탄과 눈물의 바다를 만들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구명조끼를 입고 빨리 밖으로 나와야하는데 두 시간 동안 그냥 가만히 선실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배가 침몰하는 바람에 많은 학생들이 사고를 당했다. 선실에서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앉아 있으라는 방송을 들은 학생들은 순진하게 말을 듣다가 변을 당했다. 그러나 어른들은 대부분 재빨리 밖으로 빠져나왔다. 배와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어른들의 무책임이 그들의 지시를 충실히 따른 수많은 학생들을 지켜내지 못한 셈이 되었다.

우리는 오래전에 빙산을 만나 재난을 당한 타이타닉호를 기억한다. 타이타닉호는 1912년 4월 10일 2200여명을 태우고 영국 사우스햄프턴을 출항해 미국 뉴욕으로 항해하던 도중 14일 오후 11시 40분 북대서양 뉴펀들랜드 남서쪽 바다에서 빙산과 충돌해 1500여명이나 사망했다. 당시 타이타닉호 선장 에드워드 스미스는 배 침몰 직전까지 어린아이들, 여인들, 노인들을 우선 구조한 후 다른 승객들을 끝까지 구조 하다가 선장실에서 배와 함께 장엄하게 최후를 마쳤다. 타이타닉호의 선장은 끝까지 승객들을 보호했고 배와 함께 했다. 그의 죽음은 감동 그 자체였다. 그의 고향인 영국 리치필드에서는 배와 운명을 함께한 스미스 선장의 동상을 세우고 동판에 "영국인답게 행동하라(Be British)"는 그의 마지막 말을 새겼다.

세월호의 선장은 승객을 구하기보다는 자기가 먼저 구조를 받은 꼴이 되었다. 학생들과 승객들은 선실을 지키고 선장과 일부 승무원들은 승객을 버리고 탈출해버렸다. 부끄러운 모습이다. 세월호의 선장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지도자들의 비겁함과 기회주의적인 모습을 보게 된다. 이번 사고는 지도자들의 무사안일주의와 성공주의 그리고 만성적인 위선과 부패 그리고 이를 묵임하고 방관하며 그냥 지켜만 보는 국민들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부실적인 합작품이다. 차가운 바다속에서 꽃다운 나이에 죽어간 우리아이들에게 부끄럽고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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