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만 부근에서 처음으로 석유가 발견됐다. 우리 기술진이 오랫동안 탐사한 후 3개 공을 시추한 결과 그 가운데 한 곳에서 석유와 가스가 발견된 것이 사실이다. 경제성이 있을 만큼 매장량이 있는지 더 조사해 봐야 한다." 1976년 1월 15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에서 밝힌 석유 발견 관련 발언이다. 16일자 전국의 신문은 모두 1면 머릿기사로 석유 발견 기사를 실었다. 당시 언론은 단순한 석유 발견이 아니라 큰 유전이 터진듯이 대서특필했다. 1973년 제1차 석유파동(Oil shock)를 경험한 국민들에겐 희망의 메시지였다. TV를 시청하던 사람들 중에는 탄성을 지르고 심지어 만세를 불렀을 정도였다.

박정희 대통령은 1975년 12월 5일 오원철 중화학공업 담당 수석비서관을 집무실로 불렀다. 박 대통령은 오 수석에게 시커먼 액체가 들어 있는 링거병을 보여주고는 마개를 뽑아 재떨이에 조금 따랐다. 성냥을 그어 불을 붙이자 재떨이에 시커먼 연기와 함께 불이 확 번졌다. 오 수석은 직감적으로 원유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원유가 이렇게 정제된 기름처럼 타오를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오 수석은 당시 중앙정보부가 포항에서 석유 시추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이후 링거병에 든 기름은 미국 칼텍스사로 보내져 분석됐고, 원유가 아니라 경유라는 결과를 받았다. 시추할 때 윤활유로 쓴 경유가 시추공으로 흘러든 것을 원유로 오인한 것이었다. 이같은 사실을 모르는 국민들 사이에는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비서관이 들고 온 원유를 그 자리에서 들이켰다는 등의 루머가 돌았다. 또 '제7광구 검은 진주~'라는 가사의 '제 7광구'라는 노래가 히트를 치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의 산유국에 대한 꿈은 간절한 것이었다. 이후 우리나라는 1988년 울산 동남쪽 58㎞ 지점 동해-1 가스전을 발견, 2004년 7월 생산에 들어갔다.

정부가 20일, 제 2의 동해 가스전을 찾기 위해 국내 대륙붕의 울릉, 서해, 제주 등 3개 퇴적분지에 대한 조사 계획을 발표했다. 2018년까지 국내 대륙붕 20곳 추가 시추로 1억배럴 이상의 신규 매장량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 한국석유공사가 내년 4월 울릉분지에서 가스하이드레이트 시험생산을 위한 시추도 한다고 한다. 온 국민의 열망처럼 시추공 마다 가스는 물론 '검은 진주' 석유가 펑펑 쏟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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