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고 부끄러운 세월호 참사, 성장지상주의가 초래한 인재, 지금부터라도 원칙 바로 세워야

박무환 대구취재본부장

참담하다. 어처구니가 없고 억장이 무너진다.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 기가 막히고 그냥 멍할 뿐이다. 대한민국을 떠나서 이민이라도 가고 싶은 심정이다. TV의 특보를 보기도, 듣기도 싫다. 그러나 보고 또 듣고 싶기도 하다. 혹시나 한명이라도 더 구출됐다는 소식을 접할까 해서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 참사를 보면서 분노가 치밀고 부끄럽기도 하다.

왜 이렇게 됐을까?

대한민국은 6·25이후 잿더미속에서 현재의 우리를 있게 했다.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유일한 나라의 국민이라는 자부심과 뿌듯함에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다. 굶주린 배를 움켜 잡고 참아가며 오직 수출 몇 백억, 몇 백만 달러 달성을 위해 달려온 것이다. 그것이 겉으로 드러난 우리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그러나 그렇게 달려온 산업화 과정속에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한단계, 두단계를 뛰어넘어가며 오로지 성과와 업적 지상주의만이 최고였다.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들을 간과하고 소홀히 한 채 말이다. 기초와 기본 매뉴얼을 무시하고 짓밟기 일쑤였다. 20여년전 290명의 사망자를 낸 서해훼리호 사고도 그랬다. 221명이 정원인 이 배는 무려 362명을 탑승시킨 채 악천후속에 출항을 강행했다가 결국 침몰한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지난 2월 학생 10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고도 부실공사와 지붕위 눈 안치우기 등이 원인이었다.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매뉴얼을 무시한 것이다.

이번 여객선 세월호 참사도 마찬가지다. 사고원인은 여러가지 일 수 있다. 문제는 사고 이후의 대처방법이다. 어쩔수 없이 사고가 났을 경우, 선원들이 평소 훈련받았을 기본 메뉴얼대로만 했더라면 그런 참사는 없었을 것이다. 매뉴얼대로 대피시키고 구명보트만 제대로 폈더라도 그같은 비극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런데 승객들을 대피시켜야 할, 비상통로 등 선박의 구조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선원들은 먼저 도망가버렸다. 46개 구명보트중 자동으로 펼쳐진 것은 1개 뿐, 게다가 어느 선원 한 사람 수동으로라도 구명보트를 작동시킨 자는 없었다.

이제부터 달라져야 한다. 새로운 시스템과 매뉴얼을 만드는게 급한게 아니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기본 메뉴얼부터라도 당장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 사회 구석 구석에서 무시당하고 내팽개쳐친 원칙과 기본을 우리들 가까이에서부터 지키는 것을 몸에 배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연간 자동차 사고는 평균 20만건을 넘는다는 통계수치가 나와 있다. 2012년 자동차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한해 5천400여명에 이른다. 하루 평균 15명 정도가 목숨을 잃으며, 부상자는 944명이다. 원인은 간단하다. 운전할 때 기본을 준수하지 않아서 그렇다. 안전거리 유지하고 빨간 신호등이 켜지면 차를 멈추며 과속하지 말아야 한다. 조금은 귀찮고 번거롭더라도 말이다. '대충 뭐 이정도 쯤이야, 괜찮겠지'하고 싶은 유혹에서 벗어나, 융통성없이 바보스럽게 보이더라도 기본을 지키자.

'배 안에 있으라'는 선내 방송을 믿고 따라주었던 안산 단원고 학생들에게 부끄럽고 창피하다. 우리 기성세대들을 용서해 주세요.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빚어지지 않도록 명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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