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5대 대통령 매킨리는 실업대책을 논의하던 중 강력한 반대에 부딪쳤다. 한 상원의원이 대통령을 향해 원색적인 말투로 비난을 퍼부었다. 매킨리는 화가 치밀었지만 꾹 참았다. 상원의원의 질책이 끝나자 대통령은 조용히 말했다. "상원의원께서 저를 심하게 질책하셨는데 사실 의원께서 저에게 그렇게 심한 질책을 할 권리는 없습니다. 하지만 의원님의 말씀을 충분히 이해하겠습니다. 이젠 제가 의원님이 이해하도록 말씀드리겠습니다." 상원의원은 대통령의 겸손한 반박에 자신의 언행이 심히 부끄러웠다.

옛날 티베트에 아이디바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화가나 남과 다툴 일이 있으면 자기 집으로 달려가 집주변과 뜰을 세바퀴 돈 다음 밭두렁에 앉아 화를 가라앉혔다. 그리고 나서 열심히 일했다. 그 결과 더 큰 집과 뜰을 갖게 됐지만 화날 일이 생기면 역시 더 크고 넓어진 집과 정원을 세바퀴 돌고 밭두렁에 앉아 화를 눌렀다. 세월이 흘러 늘그막에 세바퀴 돌려면 숨이 찰 정도로 더 크고 넓은 뜰을 갖게 된 뒤에도 화가 나려고 하면 세바퀴 도는 것을 계속했다. 하루는 손자가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할아버지는 젊을 때부터 화가 나시면 집과 뜰을 세바퀴 돌았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할아버지께서 연세가 많이 드셔 힘드신 데도 계속 하시는데 이유가 무엇입니까?" "내가 젊었을 때는 집과 뜰을 세바퀴 돌면서 "집도 이렇게 작고 땅도 좁은데 화낼 시간이 어디 있나"며 열심히 일한 덕에 지금처럼 큰 집과 넓은 땅을 마련하게 됐단다" "이젠 큰 집과 넓은 땅을 갖게 됐는데 굳이 돌 필요가 있습니까?" 할아버지는 손자의 질문에 조용히 답했다. "늙어서 화가 날땐 '이처럼 큰 집과 넓은 땅을 가졌는데 그까짓 사소한 일에 화를 낼 수 있나'면서 세바퀴를 돌고 있단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국회연설에서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겨냥, 인신공격성 비판을 하자 발끈한 최 원내대표의 "너나 잘해" 막말 대응에 국민의 비난이 쏟아졌다. 의원들의 질서와 품위 유지를 선도해야 할 원내대표 책무를 화를 못참아 망각한 것이 탈이었다. 불뚝성 최경환에겐 아이디바의 '세바퀴 돌기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