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체험형 안전교육 반영 제언, 최소한의 안전매뉴얼 생활화해야

이종욱 스포츠레저부장

세월호 침몰참사가 8일째가 되면서 희생자 수가 150명을 넘어섰다.

기적을 바라고 싶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그 희망의 촛불은 조금씩 사그라 들고 있다.

그동안에 일어났던 각종 대형사고도 마찬가지였지만 이번 세월호 침몰참사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허점투성이였다.

매뉴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선박을 도입해 개조하고 검사하는 과정에도 분명히 검사규정이 있었고, 선박내에는 사고발생시 행동요령에 대한 매뉴얼도 있었다.

구조활동에 나선 정부 역시 재난상황에 대비한 수천개의 안전매뉴얼이 존재했지만 모두가 무용지물이었다.

그 원인은 단 하나 실행력없는 종이쪼가리 안전매뉴얼만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수사기관에서 사고원인을 엄밀히 조사하겠지만 지금까지 나타난 바로만 봐도 선박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출항보고가 허위로 됐으며, 항해시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의 행동수칙조차 지켜지지 않았다.

구조에 나선 재해대책본부 또한 제각각으로 움직이면서 모든 기관이 '허겁지겁'이었다.

결국 애타는 희생자의 부모들의 가슴만 타들어갔고, 슬픔과 아픔의 깊이만 더해졌다.

이 모두가 종이위에서만 만들어놓은 안전매뉴얼 매너리즘에 빠진 탓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고발생이후 실효성있는 안전매뉴얼을 만들어 두번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하라고 엄명했지만 종이쪼가리 안전매뉴얼로는 또다른 사고를 막을 수 없다.

과학의 발달로 비행기와 배, 기차, 초대형 건물 등 수많은 문명의 이기를 만들어냈지만 그만큼 인간의 위험도 높아졌다.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도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등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각종 재난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이들 재난들은 형태에 따라 상황전개도 다르고, 대처방법도 다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안전매뉴얼만 있지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준비가 전혀되지 않았고, 생활속의 안전은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다 보니 우리 사회는 최소화할 수 있는 생명과 재산피해를 키우는 결과로 이어지고, 불신의 골만 커지게 된다.

반면 지진과 태풍 등 자연재해가 잦은 일본은 모든 교육과정에서 각종 재난상황에 대한 안전매뉴얼을 만들어 끊임없이 교육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시키고 있다.

기자는 차제에 우리 정부도 종이쪼가리 안전매뉴얼 만들기에 앞서 모든 교육과정에 각종 재난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체험형 안전교육을 반영해 주기를 제언한다.

우리 학생과 학부모들이 중시하는 영어와 수학 등은 미래를 밝게 해 줄지는 모르겠지만 생명을 지켜주지 않는다.

생명이 존재해야만 밝은 미래도 있는 만큼 영어 수학교육에 앞서 자신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는 교육부터 하는 것이 더 우선돼야 하기 때문이다.

좀 더 나아간다면 민방위훈련 등이 특정공무원들의 훈련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각종 재난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매뉴얼을 생활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도 앞바다에서 희생된 우리 아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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