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화합·소통하는 잔치, 네거티브·각종 의혹 등 얼룩, 민주주의 축제로 승화시켜야

김찬곤 경북과학대학 교수

인도의 총선에 대해 여러 가지가 화제다. 우선 총 유권자 수가 8억 1천400만 명으로 유럽의 전체 인구보다도 많으며 네티즌만 하더라도 2억명이 넘는다. 전국 투표소는 93만 개나 되는데다 단 한 사람의 유권자를 위한 투표소도 설치되어 있다.

유권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고산지대, 정글, 사막이나 외딴 섬에 흩어져 살고 있으나 모두가 도보로 30분 내에 투표가 가능하고, 교통이 불편한 곳에서는 낙타를 동원하여 전자투표기 170만 개를 옮긴다고 한다. 군소 정당까지 합하면 이번 총선에 후보를 낸 정당이 무려 1천600개이고, 투표기간은 36일이나 된다.

그런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전체 유권자의 27%나 되는 사람들이 문맹인 까닭에 글자 대신 그림으로 후보들의 정당을 식별할 수 있도록 했다는 대목이다.

IT강국 인도라는 이미지와는 다소 어색해 보이는 많은 유권자 문맹률이 놀랍고, 또 그들을 위해 글자 대신 그림으로 정당을 알아볼 수 있도록 고안한 아이디어도 새삼 신기하다. 그런 그림 중에는 '사람의 손', '연꽃', '전화기', '망치와 낫', '텔레비전', '지팡이', 심지어 '가스통'도 있고, 사람들이 입는 '코트'도 있다. 또, '손톱깎기', '칫솔' '벨트', '빵', '칠판', '당근', '주전자', '야구선수', '빗자루' 등 다소 엉뚱한 심볼도 있다한다.

인도의 선관위는 선거때마다 그런 상징을 사용하도록 하는데, 60개 정도의 정당에 대해서는 자신들을 대변할 수 있는 그림을 자의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지만 군소정당은 선관위가 도안한 상징물 중에서 선택할 수 밖에 없도록 했다고 한다. 왜 동물을 심벌로 사용하지 않는가에 대해서는, 과거에는 동물도 상징으로 제시된 적이 있지만 그것을 채택한 정당이 해당 동물을 유세장에 데리고 오는 번거로움이나 부작용이 때문에 금지했다고 하는데, 어쨌든 87개나 되는 상징물로 문맹을 극복하고자 하는 아이디어는 신선해 보인다.

우리도 한 달 여 만 있으면 지방선거를 치른다. 우리의 투표소는 인도처럼 고산지대나 정글도 없고, 낙타로 투표기를 나르지도 않으며, 그림을 글자 대신 사용할 만큼 유권자의 문맹률 걱정이 없다. 인도의 선거 환경보다는 우리가 훨씬 좋다는 뜻이다.

그러나 상대방 후보를 비방하는 네거티브가 강하게 존재하고, 컷오프 탈락자의 경선방식에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는데다 전화 착신 여론조사의 조작의혹이 부각되면서 경제선진국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선거후진국이라는 자조까지 낳게 하는 실정이다.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인도의 선거가 "지상 최대의 민주주의 축제"라고 일컫는 데는 그 나라의 국민들의 학력이나 소득수준 때문이 아니라, 선거라는 큰 행사에 임하는 국민들의 마음가짐 때문일 것이다.

'선거'라는 매개를 통하여 화합하고 소통하는 즐거운 축하 잔치는, 좋은 환경과 경제적 부가 좌우하는 것이 아닌 까닭이다. 우리나라의 선거를 폄훼하고 인도의 선거문화를 본받자는 것이 아니라 녹록지 못한 환경에서도 인도는 총선을 '축제' 운운하며 칭찬하도록 해외 유명 언론을 설득하고 있는데, 왜 우리는 각종 의혹, 불법, 탈법, 네거티브 등으로 얼룩이 지고 있는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인도총선에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은 없는지 살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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