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유적 세계유산 등재 추진은 철 수출로 日 고대문명 발전 기여, 잊혀진 가야사 되살리는 계기 될 것

경상북도는 대가야고분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본등록 신청을 앞두고 국내 절차인 우선등재대상으로 선정되기 위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말 세계유산 잠정목록으로 등재된 고령 지산동 대가야고분군은 다양한 순장(殉葬)고분이 확인되고 있고, 대형 군집을 이루고 있으며 출토유물에서 당시 사람들의 생활과 기술, 예술, 문화 등을 총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유산들은 15세기 전 소멸된 가야문명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기중한 유산이다. 동아시아 문화권의 정치와 사회, 군사, 사상 등의 고대문화가 살아있는 역사적 증거물이라는 점 등에서 세계유산적 가치를 지닌다. 대가야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 추진은 때 늦은 감이 있으나 지금이라도 서둘러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마땅하다. 옛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가 세계자연유산이니만큼 대가야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신라에 병합되기는 했지만 한때 신라·백제·고구려와 전투를 하고, 일본 등 동아시아 외교무대에서 각축을 벌였던 가야인 만큼 충분히 역사유적으로 가치가 있다. 문제는 세계유산 등재를 어떻게 실현시킬 수 있을까 하는 방법론이다. 경북도는 본격적인 세계유산 등재 추진시 경남도와 협조를 얻는다는 생각이지만 그 정도로는 등재 자체의 성사가 불투명하다. 2000년대 후반 들어 유네스코의 등재 기준은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는 경북도와 경남도 공동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부산시·전남도·전북도와도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지금처럼 양도간에 주도권 다툼으로는 아니될 것이다. 가야유산 등재 문제를 중앙정부가 지금처럼 수수방관하고 있어서는 안된다. 가야사 문제는 지역의 문제이자 국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추진과정에서 총리실 문화관광부 문화재청의 조율이 있어야 한다. 연구 용역에서부터 보존 및 관리·활용을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나아가 보존·관리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 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회 구성 등도 상호 연계하여 추진해야 한다. 지역사회의 공론도 적극 참여해야 하며 해당 광역지자체에서 '가야유적 세계유산추진 범남부권 시도위원회'를 공동으로 구성해 중장기 계획에 따라 준비해야 한다.

함께 추진해야 하는 이유는 가야의 역사적 범위는 경북이나 경남 어느 한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상도 중부 서부 남부지역과 전라도 동부지역에 걸쳐 있었다. 우리사회에는 전기 가야연맹의 맹주였던 금관가야 전신인 구야국 김수로왕의 후손으로 자처하는 사람이 실제 후손은 아니겠지만 후손이 600만 명에 이른다. 400년에서 70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진 가야는 국가 사적만도 28곳이나 된다. 국가 사적 28곳 중 경남에 22곳이 있다. 경남의 세계 유산 추진은 경북에 비해 늦었지만 가야유산의 양으로는 오히려 많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세대들이 배워온 것은 가야는 신라에 병합된 소국들의 느슨한 단계의 연맹체라는 것이 다. 그러나 우리 역사를 본질적으로 파악하는 일단의 학자들이 가야까지 포함하여 사국(四國)시대로 수정해야 한다는 사관을 견지하고 있다. 물론 가야가 오늘날 같은 중앙집권국가는 아니다. 그러나 기원전후에 세계 주요 국가들은 중앙집권체계가 확립되지 않은 연맹국가이다. 서양문명의 근원으로 삼는 그리스도 그랬고 세계 최초의 제국 페르시아도 그랬다. 가야문화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되어 지역과 국가의 이미지를 높이며 유산을 효율적으로 보존 관리하게 되며, 관광객 증가로 소득 증대에도 기여한다. 가야유적의 세계유산 등재 추진은 고대 일본에 철을 수출하며 일본 고대문명에 결정적으로 기여해온 가야사를 되살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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