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영화 등 다양한 매체에서 찾은 회복 에너지, 심리 치유의 과정과 문학적 울림 함께 전해줘

당신이 이기지 못할 상처는 없다 - 독서를 통한 힐링 안내서청림출판 | 박민근 지음

세월호 사고로 전 국민이 '집단 트라우마' 상태에서 헤매고 있다. 구조된 학생이나 실종·사망자 가족뿐 아니라 구조에 참가한 수색대원, 미디어를 통해 사고 소식을 접하는 국민들도 간접적인 외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심리 치유를 위해 케이블책방송 온북TV에서는 특별기획 프로그램 '책으로 힐링'을 긴급 편성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최근 '당신이 이기지 못할 상처는 없다(청림출판)'를 출간한 박민근 헬로스마일 소아청소년 심리센터 원장은 독서 치유에 대해 깊이 있는 담론을 펼친다.

책 '당신이 이기지 못할 상처는 없다'는 각자의 상처로 박 원장을 찾아왔고 각자의 마음을 다독여준 34가지 이야기와 만나며 희망을 되찾는다.

살다보면 마음을 다치는 일이 있다. 그때 우리는 상처 난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일어서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상처 안에 오래 머물기도 한다.

우리는 왜 그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심리상담가이자 문학치료사인 박 원장은 그 이유를 "상처를 이길만한 희망의 이야기를 찾지 못해서"라고 전한다.

우울한 마음은 원래 자신의 것이 아니다. 힘든 상황이 거듭되면 사람은 자신이 보아왔던 슬픔으로 미래를 보고, 그 미래가 자신의 삶을 온통 지배할 거라고 믿는다. 마음에 생겨난 절망도 실은 배우는 것이다.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건강했던 자신의 마음을 되찾는 일이다.

그렇다면 원래 마음은 어떻게 되찾아야 할까· 이제껏 수많은 심리 요법들은 마음을 회복하는 방법을 전해왔다. 그러나 어떠한 방법도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면 의미가 없다. 결국 마음을 회복하는 가장 강력한 힘은 스스로 마음을 움직이도록 하는 울림, 감동, 깨달음이다. 그것이 문학 치료가, 예술 치료가 필요한 이유다.

그동안 다양한 문제로 상담실을 찾은 이들에게 박 원장은 책·영화·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매체에서 발견한 희망의 이야기들을 전했다. 내담자들은 치료 과정 중 박 원장이 찾아낸 의미 깊은 이야기 속 한 장면, 한 문장과 마주하고는 비로소 자신의 감정을 깨닫고 엉켜버린 지난 시간을 정리하며 앞으로의 희망을 그렸다. 모두 그들 스스로 원래 자신의 마음을 되찾았다. 박 원장은 단지 그들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전해주었을 뿐이다.

은서 씨는 슬픔에 빠져 있었다. 얼마 전 암으로 투병 중이던 엄마가 떠났지만 엄마와 제대로 이별하지 못했다. 마음이 닫힌 그녀에게 '마음이 아플까봐'의 그림 한 컷은 이별을 받아들이도록 했고 닫힌 마음을 열어주었다. 이들은 모두 마음속에 깊이 박힌 상처를 의미 깊은 이야기로 이겨냈다.

떠난 엄마와 제대로 이별하지 못했던 은서 씨의 마음을 열어준 '마음이 아플까봐'의 그림은 주인공이 할아버지와 이별 후 유리병 속에 넣어둔 마음을 어린 시절의 주인공과 닮은 소녀가 꺼내주는 장면이었다. 자신에게도 유리병 속 자신의 마음을 꺼낼 수 있는 또 다른 건강한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은서 씨는 긍정적인 자신을 재발견했다. 이들은 모두 희망의 이야기가 전해준 울림으로 자신의 마음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정연 씨는 늘 남의 눈치나 보는 '못난' 자신을 한심해했다. 그녀는 힘든 형편에도 꿈을 이뤄내며 살아왔지만 우울한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움츠러든 그녀에게 '바보 빅터'의 한 장면은 '못난 인생'을 '대견한 인생'으로 바꿔주었고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도록 했다.

알고 보면 어려운 형편에도 야간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서 가장 빨리 주임으로 승진한 정연 씨가 자신을 한심하다고 여겼던 이유는 '바보 빅터' 속 로라 던컨이 어린 시절부터 부모에게 '못난이'라는 소릴 들으며 자란 것처럼 정연 씨 역시 어린 시절 엄마에게 "못난 게"라는 소릴 들으며 자랐기 때문이었다. 정연 씨는 로라 던컨의 부모가 딸의 유괴를 막기 위해 부러 '못난이'라고 불러왔다는 고백을 하는 장면을 통해 비로소 자신에 대한 온당한 믿음을 갖게 되었다.

이 책은 심리 치유의 과정과 문학적 울림을 함께 전해준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우리의 마음이 어떻게 상처받는지, 이야기의 강력한 힘이 어떻게 마음을 움직이는지를 함께 알려주는 이 책은, 그래서 그 어떤 심리 치유서보다 매력 있다. 누구든 잠시 마음의 길을 잃을 때가 있지만 누구든 마음을 기울이며 다시 길을 찾을 수 있다. 그럴 때 희망의 이야기는 에너지를 채우는 씨앗이 된다. 지금 이 순간 삶이 주는, 사람이 주는 상처로 아파한다면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따사로운 이야기다. 이 책은 그 방법을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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