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과 나는 사이좋게
이름도 풍성한 기름집 앞을 늘 지난다
간판은 칠이 벗겨지기도 하고
좁은 환기통과 가스배출구가 비쭉,
밖을 기웃거리기도 하고
안에는 기름을 짜대는 기계와
잡동사니들이 널브러져 있다
뿌연 유리창으로 '원하는 기름은
모두 다 짜드리니다' 하며 내다보고 있다
흙냄새 물씬한 두둑 위로
하얗게 소스라치던 참깨꽃과
그 징글징글한 깻망아지의 시절도
고소한 그리움의 밥상으로 기름지다
이름만 풍성한 그 집 앞에는 엉뚱하게도
빨간 제라늄 꽃만 화분에 피어
대낮을 불 지르고 있다
<감상> 일상에서 일어나는 수더분한 일들로 그리 쇼킹한 사건도 아닌데도 담담하게 풀어낸 문장력이 돋보인다. 야단스럽다거나 현란한 수사를 동원했다든가 하는게 전혀 아닌 진솔한 언어구사로 있는 그대로의 정황을 자신의 진정한 목소리로 잘 빚어내면 되는 것이다. (서지월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