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 정책으로 고용문제 해결해야", 꼬리표가 되버린 등급제, 특기 키우는 것 가로막아, 직업군 벗어난 시도 필요, 특성에 맞는 전문학교 건립, 안정된 일자리 마련돼야

장애인을 위한 정부 정책은 쏟아지고 있다. 또한 장애인 정책을 고민하는 전문가도 넘쳐난다.

그런데 장애인을 위한 복지 정책은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왜 일까.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전문가들도 찾지 못할 정도로 안개속이다. 하지만 장애인 정책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의견은 하나 같았다.

△ 전문가들이 생각하고 있는 장애인고용 문제

특수학교, 대학기관의 장애인고용 관련 전문가들은 모두 현 정부 정책이 장애인을 '피동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장애인들이 무슨 능력이 있겠어, 우리가 대신해 줄께'라는 정책이 결국 장애인의 자립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한 예로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의료 진단에 따라 1등급에서 6등급으로 나누고 있다. 한번 1등급으로 진단을 받게되면 이 꼬리표는 장애인을 끝까지 따라다니게 된다.

1등급을 받은 장애인이 어떤 특기를 갖고 있어도, 또한 세월이 지나 장애가 호전돼 2~3등급의 모습을 보인다 해도, 이 장애인은 취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고용주 입장에서 봐도 장애 최고등급인 1등급 장애인 채용이 꺼려지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애인 등급제는 장애인들의 고유한 소질을 발견하고 키우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더해 우리나라 장애인 고용정책은 지체 장애인에 집중, 스스로 생각해 움직이기 어려운 발달·지적 장애인은 고용 사각지대로 몰고 있다.

이 정책으로 인해 문학·미술 등 예술분야에 두각을 드러내는 장애인의 능력이 무시당하기도 한다.

장애인 직업 대부분이 공장 등 단순 기술직에 머물러 있는 것은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라고 전문가들은 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직장을 구하지 못한 장애인들이 잠시 머무르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보호고용' 수준인 보호작업장 등의 한계도 지적 대상에 올랐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대안

전문가들은 "장애인이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독립성을 주고, 정부 정책이 이를 뒷받침하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즉 정부가 기준을 만들고 장애인을 주도해 이끌었다고 하면, 이제는 장애인 스스로가 선택 할 수 있도록 결정권을 넘겨야 한다는 말이다.

또한 장애인복지 전문단체 등에서 지금의 직업군에서 벗어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보는 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타났다.

특히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협력해 사회적기업 협동조합을 만드는 등 취업이라는 틀에서 벗어난 다양한 시도를 한다면,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와 함께 장애인고용문제 해결을 위한 또 다른 대안으로 시각·지적·지체 장애 등 각 분류별 특성에 맞는 전문학교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내용도 강조됐다.

이 밖에도 중증장애인 의탁·보호시설을 늘려 부모가 마음 편히 돈을 벌 수 있도록 하는 방안, 장애인 부모에 대한 정부 지원 등도 대안으로 나왔다.

대구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유영준 교수는 "이제는 장애인들에게 선택권을 넘겨줘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물론 사회적 여건들이 뒷받침 될 때 가능하겠지만, 기준을 만들어 놓고 그 기준에 들어오지 않으면 탈락시키는 현 정책은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기준으로 장애인에게 사회적응 교육을 시킨 뒤 못하면 고개를 돌리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적어도 장애인 부모의 입장에서 각종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장애인 고용문제도 그렇게 풀기 힘든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항명도학교 지명근 교사는 "정부 정책이 장기적으로 목표를 정하고 꾸준히 진행한다면, 그 안에서도 장애인 고용문제의 해결을 찾기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시책에 따라 당장 고용율을 높이기 위한 단기적 직업 양산보단 장애인들이 안심하고 일 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모든 것에 앞서 물고기를 잡아주기 보단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회의 노력이 선행되야 한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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