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참사로 후진성 국제 망신, 여야 국회의원·정당 수뇌부들도 최저수준 국가 만든 책임 느껴야

온나라가 노란 리본 물결이다. 얼어붙은 온 국민의 마음이다. 정작 리본에 새겨진 것은 응축된 슬픔이다. 이번에 전국민의 애도와 조문은 단순한 슬픔이 아니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의 실낱같은 생환가능성을 염원하는 간절한 기도만도 아니다. 도저히 담을 수 없는 자책과 분노가 담겨있는 것이다. 사고를 막지못한 이 어이없는 사회와 나라에 대한 통한과 자책, 분노의 표시이다. 사고를 미연에 막을 수 있었는데도 부실한 안전관리체계로 대거 희생된 참사이기에 우리 가슴에 남긴 상처가 크고 깊다는 의미다.

실종자들이 속속 사망자로 바뀌어가는 가운데 경기도 안산시 고잔동 안산올림픽기념관 실내체육관에 차려진 임시분향소를 다녀간 조문객이 하루 1만4천여명이다. 수도권 조문객들이 대부분일것이다. 온라인과 모바일, 특히 새로운 소통통로로 자리잡은 SNS에도 온통 노란 리본이 가득찼다. 임시합동분향소를 직접 방문하지 못하는 시민을 위해 누구나 추모글을 보낼 수 있도록 마련된 휴대전화 번호는 2만통이 넘는 문자메시지가 몰려 과부하로 고장나기까지 했다.

경북도와 대구시도 희생된 고인에 대한 국민적 애도와 추모를 위한 합동분향소를 운영한다. 대구시는 오늘부터 안병근올림픽기념유도관 합동분향소를 운영하고, 경상북도는 도청강당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고 오늘 오전 10시 30분부터 조문을 받는다. 조문과 관련 대구지역민들은 특별한 조문의식을 가져야할 것 같다 . 이번 세월호 부실선사의 실제 주인이 유병언의 고향이다. 유씨는 대구에서 S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의 사이비종교를 수입한 정통 기독교가 아닌 대구북구의 C교회를 다니며 청년시절까지 대구에서 활동했다. 대구시민들은 이러한 점을 고려해서라도 다른 지역보다 더 많이 합동분향소를 찾아 더욱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추모해야한다.

분향소에 희생자들의 영정과 위패는 있어도 말이 없어도 우리 시민 도민들은 국화제단 위에 안치된 단원고 교사와 학생 들을 조문해야 한다. 조문에는 남녀와 노소를 가릴 필요 없을 것이다. 말을 잊고 눈물을 훔치며 줄지어 고개를 숙이는 것이 희생자들과 직접 관계가 있는 사람들만의 일이 아니지 않는가. 직장인들은 출근을 서둘러 출근길에 가정주부들은 아이를 안고, 연로한 분들은 지팡이를 짚고서라도 조문행렬에 발길을 모아야 한다. 조문을 해도 죽은 이들은 답이 없을테지만 죽은자를 위해 산자의 마지막 예의이다. 어린 학생들을 지켜주지 못한 비통함을 한자 한자 새겨야한다. 분향소 허공에라도 희생자들과 유족들을 위로하는 마음의 글을 새겨야 한다는 예기이다.

여객선 침몰 사고 이후 우리의 후진성이 날마다 양파껍질처럼 벗겨지는 국제망신 앞에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의 부끄러움을 더해왔다. 무능을 질타 받은 정부는 책임자인 정홍원 국무총리가 27일 여객선 참사에 책임을 지고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하며 여전히 오락가락 갈지자, 엇박자 행보다. 사고가 발생하기 전 예방에서부터 사고 이후의 초동대응과 수습과정에서 많은 문제들을 노정시킨 것에 대한 책임을 느낀 것이지만 사태수습 전에 물러나는 것은 책임 있는 일이 아니다. 사퇴할 것을 마음먹은 것은 그럴만하나 우선은 사고수습이 급선무이고, 하루빨리 사고수습과 함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일 것이다. 물론 전체적으로 대대적인 개각을 해야 한다. 현 내각으로서는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야 국회의원과 정당 수뇌부들도 최저 수준의 국가를 만든 책임의식을 느껴야 할 것이다. 그것이 피어보지도 못한 채 차가운 바다 물속에 잠긴 학생들 아니 대한민국의 미래를 향한 애절한 조문의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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