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조나라 병사들은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홑옷을 입었다. 이 옷은 소매가 길고, 옷매무새가 둔하고, 길이가 무릎까지 내려와 전투하기엔 매우 거추장스러웠다. 복장 때문에 말 타기에 익숙지 않아 주로 전차를 타고 전투했다. 하지만 전쟁 규모 확대와 전투지역 확장으로 전차는 전쟁 수단으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더욱이 소매가 짧고 몸에 딱 맞는 옷에 가죽장화를 신고, 말 위에서 활을 자유롭게 쏘는 북방 흉노족 기병과 싸움에서 상대가 되지 못했다. 전장을 누비는 흉노기병들은 매가 나는 듯 날렵하고 용맹스러웠다. 조나라 무령왕은 부국강병을 위해 일대 군사개혁을 단행키로 했다. 무령왕은 병사들에게 편리하고 실용적인 오랑캐 복장을 하게 하고 오랑캐의 말 타기와 활쏘기 기술을 익히게 하는 '호복기사(胡服騎射)' 법령을 선포했다.

"오랑캐 옷을 입는 것은 문화국 예의에 어긋난다"며 낡은 인습에 젖어 있던 신하들의 반발이 거셌다. '호복기사'는 정국을 뒤흔드는 논쟁거리가 됐다. 무령왕은 측근인 비의에게 '호복기사'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의심하면서 일하면 공을 세우지 못하고, 의심하면서 행동하면 이름을 얻지 못한다고 합니다. 폐하께서는 이미 세상의 습속을 거슬렸다는 비난을 감수하기로 결심했으니 폐하를 두고 말하는 논쟁에 신경 쓰지 마십시오. 무릇 최고의 덕을 논의하는 자는 세속적인 것에 부화뇌동하지 않습니다. 어리석은 자는 일이 이미 이뤄진 줄조차 모르지만 지혜로운 자는 오히려 일이 아직 드러나기 전에도 미리 압니다." 비의의 진언을 듣고 난 무령왕은 스스로 호복으로 갈아입었다. 여러 세력들의 반대를 극복하고 복식 개혁의 신화를 창조, 강력한 기마군을 보유하게 된 조나라는 북으로는 흉노를 몰아내고 강국 진나라에 맞서는 'G2체제'를 이룰 수 있었다.

이번 세월호 침몰의 대재난에 우리의 안전 시스템은 3류 국가임이 드러났다. 뭘 할지 몰라 생과 사가 갈리는 절체절명의 순간순간을 허둥대기만 했다. 정부 대책기구는 일원화 안돼 부처 간의 엇박자가 속출했으며 매뉴얼도 없어 정부에 대한 기대와 희망마저 침몰해버렸다. 박대통령은 '호복기사' 의지로 국가안전 개혁에 즉시 착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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