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복 포항뿌리회 회장

영국시인 T.S 엘리어트의 시(詩) '황무지(荒蕪地)'에서는 '4월은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꽃을 피우고 추억에 욕망을 뒤섞으며 봄비도 잠든 뿌리를 일깨운다'고 운을 뗀 대목이 있다. 언 땅에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게 하는 역동의 4월이 정녕 잔인한 달은 아닐 진데 결코 잊어서는 안 될 '2014. 4. 16', 이 또한 4월이다.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 참사로 전 국민이 패닉(Panic)상태가 된 지 열흘이 넘어섰다. 비통하고 분노에 차오르는 가슴을 억누를 길이 없어 일상(日常)이 마냥 우울하고 참담한 게 필자만의 현상(現狀)이 아닐 것이다.

지난 22일 포항뿌리회에서 전문가 초청 특강을 가졌다.

초청특강을 해주신 분은 해군작전사령관을 지낸 윤연 제독(해군 중장)으로 영관 시절 현재 동빈내항에 정박하여 시민들과 탐방객들에게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퇴역전함 '포항함'의 함장을 역임한 바 있는 해양안보분야 전문가로 현재는 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을 하시는 분이다.

포항함과 4년 전 폭침 당한 천안함이 동일재원의 전함으로 천안함 폭침에 대한 진실과 서해 연평해전, NLL 등 해양안보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우는 계기를 만들고자 년 초에 계획된 일이었지만 세월호 참사로 더욱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윤 제독의 특강 제목은 '대한민국의 바다는 안전한가'였다.

정말 시의(時宜)적절한 주제가 되어 해양대국을 지향하는 나라의 국민으로서뿐만 아니라 해양도시 포항시민들이 느껴야 할 대목들이 많아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 강의에 앞서 윤 제독과 함께한 포항함 방문은 우리 회원들 뿐만 아니라 20여 년의 세월이 흐른 후 찾은 윤 제독에게도 감회가 새롭기는 마찬가지였다.

함정 구석구석을 손수 설명하는 모습에 그 옛날 함장으로서의 역할과 열정이 살아나는 느낌을 받았다. 천안함 희생 46용사와 고 한주호 준위 영정 앞에 머리 숙여 추모하고 진도 앞바다에 떨어진 젊은 꽃 같은 청춘들의 넋과 아직도 생사를 알 수 없는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애타게 빌며 찢어지는 가슴으로만 애도 할 수밖에 없는 죄 많은 국민의 한사람이 되어 숙연한 마음으로 돌아섰다.

특강에서는 해상 사고와 세월호 침몰 원인, 구조 등에 대한 전문가의 열강이 이어졌으며 바다의 안전성과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해양안보의 중요성, 절실함, 해양대국으로 나아가야 할 당위성 등 대한민국의 바다는 정말 안전한지를 역설하는 윤 연 제독의 결연한 눈빛에 청중들의 숨소리마저 잦아지는 듯했다. 또한 전 세계 면적의 71%가 바다이기에 "지구(地球)라는 말보다 수구(水球)가 맞는 표현이다"라고 설파한 해양 전문가다운 식견에 다시 한 번 존경과 교육의 보람을 느꼈다. 윤 제독이 특강을 하기 전날(21일) 동아일보에 특별기고 한 '모든 배의 출항준비는 전투준비와 똑같다'라는 제목의 기고문 끝맺음에 표현한 '바다는 지배하는 사람의 것이다'라고 한 부분이 가슴에 와 닿는다. 이번 포항뿌리회 특별강연 행사에 흔쾌히 응해주신 윤 연 제독과 함께한 회원, 해맞이회 그리고 재포전국연합향우회 회원님들에게 지면을 빌어 감사드린다. 다시 한 번 세월호 침몰 참사로 희생된 고인들에게 깊은 애도를 드리며 실종자 무사귀환과 사고를 당한 가족 모두에게 죄스런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이 모든 것이 내 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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