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7대 대통령으로 1829년부터 1837년까지 재임한 앤드루 잭슨(Andrew Jackson)의 가족사는 매우 불운했다. 아일랜드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앤드루 잭슨은 그가 태어나기 3주 전에 아버지를 잃었다. 유복자(遺腹子)로 태어난 것이다. 그는 나이 13살에 미국 독립전쟁의 민병대로 형들과 함께 입대했는데 전장에서 맏형과 둘째형을 잃었다. 곧이어 잭슨의 어머니마저 콜레라로 세상을 떠난다. 14세에 천애고아(天涯孤兒)가 된 그는 안장 만드는 가게에서 일하며 틈틈이 공부해서 스무살에 변호사가 됐다. 그는 이후 테네시주 의원이 됐고 1812년 영·미전쟁 때는 민병대를 인솔해 영국군과 싸워 1815년 1월 뉴올리언스의 교외에서 격파함으로써 일약 전쟁영웅이라는 칭송을 받는 등 사회적으로는 승승장구 한다.

그러나 그의 순탄치 않은 일생은 숙명처럼 이어진다. 대통령 취임을 보름 앞둔 1828년 12월 22일 부인 레이첼을 잃었다. 레이첼의 사망 원인은 우울증이었다. 잭슨은 6대 대통령인 존 퀸시 애덤스와 치열한 선거전을 치렀다. 애덤스는 레이첼이 전 남편과의 법적 이혼 절차도 마무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잭슨과 결혼했다며 '이중결혼설'을 퍼뜨렸다. 레이첼은 사회적 비난을 견디지 못해 결국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죽음에 이르게 됐다. 레이첼을 각별하게 사랑한 잭슨은 1829년 3월 4일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자신의 집에 키우던 목련나무의 싹을 가져다 백악관 앞에 심었다. 잭슨은 재임 8년간 이 목련을 보면서 레이첼과의 아련한 추억에 잠기곤 했다. 이 때부터 '잭슨 목련(Jackson Magnolia)'이란 이름을 얻은 이 나무는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에 대한 위로와 봄마다 다시 피어나는 부활의 뜻을 갖게 됐다.

지난 25일과 26일 한국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잭슨 목련의 묘목을 가져와 세월호 참사의 최대 피해를 입은 안산 단원고등학교에 전했다. 단원고 교정에서는 구상(具常) 시인의 '내 가슴 무너진 터전에/ 어쩌자고 꽃망울 맺어 놓고야'하는 시구처럼 해마다 봄이 되면 가슴 저린 아픔을 위로하고, 찬란한 부활을 의미하는 붉은 자줏빛 잭슨 목련꽃이 만발할 것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