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증상인데 변비약 복용땐, 대장 상부에 변 쌓여 복통 일으켜, 시기에 따라 수술 방법·결과 천지차이

최상지 포항선린병원 대장항문 외과 과장

 

얼마전 50대 후반의 남성이 갑자기 생긴 변비를 증상으로 외래를 찾았다.

 

평소 건강하던 환자였고, 변을 보는데 큰 문제가 없었는데, 최근 1주일 사이에 갑자기 변비가 생겼다는 것이다.

 

나는 단번에 대장암을 의심했고, 입원하여 내시경과 CT검사를 시행할 것을 설명했다.

 

검사결과 에스결장에 생긴 대장암으로 인한 장폐색이 진단되어 내시경적 스텐드 삽입후에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

 

변비는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은 경험했을 흔한 질환이다.

 

변비를 질환이라고 표현하는 것에 강한 거부감이 드는 독자가 있다면 살면서 변비로 고생한 적이 없다는 것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변비는 분명 질환이라고 표현할 만큼 우리를 몹시 아프게 하고 삶의 질을 떨어트린다.

 

하지만 병원에 잘 찾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 나름의 원인과 치료방법을 알고 있어 자가치료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그럴 것이다. 육류보다는 나물과 채소섭취를 늘이고, 물을 많이 먹고, 가벼운 운동을 하고, 야쿠르트 같은 유제품을 복용하는 것. 그도 그럴 것이, 변비의 대부분의 원인은 잘못된 식습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비의 원인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항문에 통증을 동반하는 치열부터, 변이 가늘게 나오는 직장암, 신경에 문제가 생기는 당뇨병까지, 온갖 원인으로 인해 변비가 생길 수 있다. 심지어 직장류나 직장탈 같은 질환은 약으로는 치료가 안되고 수술을 받아야만 변비가 호전된다.

 

앞에 소개한 대장암의 경우에도 변비 증상을 통해서 나타날 수 있는데, 중년이상의 성인에서 특별한 음식섭취 변화없이 갑자기 변비가 생겼다면 대장암을 의심해야 한다. 특히 좌측 대장에 암이 생기는 경우가 변비로 오기가 쉬운데, 좌측 대장은 우측 대장에 비해 직경도 작을 뿐더러 딱딱해진 변이 지나가는 위치이고 좌측 암은 장 안쪽을 둘러싸듯이 자라는 경우가 더 많기에, 좌측 대장암의 경우엔 장이 막혀 변비를 증상으로 병원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게 된다.

 

대장암이 있어 변이 잘 안 나오면, 사람들은 보통 일반적인 변비로 생각되어 온갖 민간요법을 사용하고, 그래도 변비가 해결 안되면 인근 약국을 찾아 변비약을 복용한다. 그렇게 되면 변은 안 나오고 막힌 대장의 상부에 변이 쌓여 복통을 일으키면서 응급실을 방문하게 된다. 심지어 늘어난 상부 장이 천공되어서 응급으로 수술을 진행해야 하는 경우엔, 장루라는 인공항문을 만드는 수술을 해야 하고, 천공이 된 경우엔 암세포가 복강내로 퍼지기 때문에 수술이 잘되어도 나중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암으로 인해 대장이 막혀 생긴 변비는 어느 시기에 병원을 방문하느냐에 따라 수술방법과 결과가 하늘과 땅 차이로 갈리게 된다.

 

최근 대장내시경을 한 적이 없고, 갑자기 변비가 생겼다면 한번쯤 대장암을 의심해보고 이른 시기에 대장항문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끔찍한 일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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