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에 사는 황제팽귄은 지구상 팽귄 중 가장 덩치가 크다. 또한 남극의 겨울 동안 알을 낳는 유일한 팽귄이다. 이들은 평균 영하 55℃인 남극의 혹한을 견디기 위해 무리를 지어 산다. 서로 몸을 맞대어 열을 나누고 차가운 바람에 노출되는 몸의 면적을 줄이면서 엄동을 이겨낸다. 이 때문에 무리를 지어 사는 것이 독불장군으로 사는 것보다 생존하기가 훨씬 유리하다.

아프리카 초원의 하이에나는 동료와 함께 무리를 지어 사냥을 한다. 혼자서 하는 것 보다 큰 먹잇감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 과의 동물들은 대개가 혼자 산다. 그러나 동물의 왕 사자는 고양이 과 이면서도 떼를 지어 더불어 산다. 먹잇감을 사냥할 때 서로 협력해 사냥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철새가 이동할 때 'V자' 대열을 이루는 것도 장거리 비행에 유리해서다. 앞에서 날아가는 새가 공기 흐름을 바꿔주므로 뒤따르는 새가 힘을 적게 들여도 된다. 몇 천㎞씩 이동하는 철새들은 선두를 서로 교대하면서 목적지까지 날아간다.

이처럼 동물이나 식물들이 무리지어 서로 돌보며 사는 것이 혼자 사는 것보다 유익함이 많다. '방이유취 물이군분(方以類聚 物以群分)' 주역에 있는 이 말은 '삼라만상은 같은 종류끼리 모이고 만물은 무리지어 나눠진다'는 뜻이다. 사람이 무리지어 더불어 사는 것도 이 이치 때문이다. 더불어 사는 것은 거칠고 거대한 대자연 속에서 함께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보호해 주기 위한 지혜롭고 안전한 장치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준법의식, 공공질서, 에티켓 등 시스템적 규율과 기회균등, 사회적 안전망, 양성평등 등 공정성이 확립돼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약자에 대한 배려다. 한국은 이러한 '선(善) 인프라'가 OE CD 30개 국가 중 28위로 최하위권이다. 양극화가 극심한 23위 멕시코보다도 뒤진다.

'선 인프라' 후진국 한국의 치부가 세월호 대참사에서 확연하게 드러났다. 승객들의 생명을 책임져야 할 선장과 승무원들이 승객들을 팽개치고 먼저 탈출한 이기적이고 교활한 행동은 한국인의 공동체의식 실종을 온 세상에 입력시켰다. 더불어 사는 법을 짐승보다 모르다니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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