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혈연 아닌 자질 따져 적극적 자세로 공약 제안, 힘 있는 유권자가 되어야

박현진 안동시선거관리위원회 지도주임

우리는 흔히 어떤 선택을 할 때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을 쓰곤 한다. 동일한 조건이라면 더 나은 쪽을 선택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치마하나를 사더라도 치마의 가격과 기능을 충분히 따지고 디자인까지 고려하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옷을 고를 때에 쓰임새와 자신의 체형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예쁘고 멋진 옷을 선택하여 몸에 맞지 않아 입지도 못하고 옷장에 걸어두기만 한 경우가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선거도 마찬가지다. 과거에 유권자들은 선거에서도 치마 원래의 용도보다는 색깔에만 더 치중하여 제품을 선택하는 실수를 하기도 했다.

후보자의 자질보다는 종친, 동문, 지역출신 등의 지연·혈연으로 얽힌 후보를 뽑아주었다가 그 후보가 당선무효가 되거나 사퇴하는 등의 사유로 재·보궐선거를 치른 사례가 그것이다. 훌륭한 후보자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오는 6월 4일은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이다. 선거일을 불과 50여일 앞둔 지금 각종 언론지상에는 후보자들의 정책경쟁보다는 상호비방·흑색선전, 여론조사 조작 등 후보자의 일·탈법에 관한 기사가 더 많이 보이는 것 같다. 그렇잖아도 이전투구의 정치판에 환멸을 느끼는 유권자들의 눈과 귀를 어지럽혀 투표참여에 대한 의지를 꺾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런 때 일수록 정치현실을 부정하고 투표에 무관심할 것이 아니라 유권자 모두가 나서서 정치현실을 바꾸어 나가는데 동참해야 한다.

유권자 한 사람의 참여와 선택이 전체적인 입장에서 보면 미미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유권자 개개인의 참여가 집약될 때 우리나라의 정치문화를 바꾸고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참여의 첫 걸음은 정책선거를 통한 올바른 후보자의 결정이다. 다행스럽게도 2006년부터 좋은 선거공약을 제안하는 후보자를 뽑자는 운동 즉 매니페스토 운동이 시작되었다.

매니페스토는 '지킬 수 있는 제대로 된 정책공약 또는 정책서약서'로 추상적이고 실현가능성이 없는 공약을 배재하고 구체적인 목표, 실시기한, 이행방법, 재원조달 방법 등을 공식화하여 선거 후 반드시 지키겠다는 약속을 국민에게 공표하고 당선된 뒤에는 반드시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유권자들은 그동안의 소극적 매니페스토에서 벗어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유권자가 공약을 제안하고 후보자가 그 제안을 반영한 공약을 제시하고 본인을 홍보할 수 있도록 한 '나는 후보자다' 코너를 운영하여 유권자가 주인공이 되는 선거를 구현하고자 한다.

지금까지는 선거에서 유권자라고 하면 주권자로서의 투표참여 역할을 가장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에서부터는 선거일에 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없는 사람들이 사전투표기간(2014. 5. 30~31)에 전국 어디에서나 가까운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는 사전투표가 전국적으로 시행되면서 투표참여는 특별한 일 보다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훌륭한 지역일꾼을 선출해야 하는 이번 6·4지방선거에서는 유권자들이 투표참여자의 역할은 당연하거니와 7개의 선거를 치르는 만큼 많은 후보자들이 유권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열심히 개발한 공약을 꼼꼼히 살펴보는 '정책선거 지킴이'로서의 역할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제 유권자가 적극적인 정책선거 실천을 통해 진정한 유권자의 힘을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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