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의 '안전처' 신설은 환영, 초대형재난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국가체계 전반적인 점검·보수 필요

박근혜 대통령이 그제 국무회의에서 국가안전처(가칭)를 신설해 재난안전대책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기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안전처가 생기면 행정 부처는 21개 부·처로 된다. 본지는 본난을 통해 4차례나 여객선 침몰사태와 관련된 원인과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고 정부에 국가안전부서를 신설하여 재난 사전예방과 사고 후 신속한 대응으로 희생자를 줄이는 국가관리체계를 갖출 것을 제안한 바 있기에 박 대통령의 안전처를 신설을 환영하며 그 결과를 주목한다.

문제는 이번에는 옥상옥 격의 정부조직하나 더 만드는 과거와 같은 관행의 복사판이어서는 결코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적인 재난관리기능을 할 수 있도록 안전처는 소방방재청 안전행정부 안전관리본부와 국무총리실의 안전정책관실까지 3자를 통합한 '재난관리 지휘소'가 되어야 한다. 안전처를 만든다고 해서 국가의 안전 기능을 모두 한곳에 모을 수는 없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의 건설안전, 산업통상자원부의 전기안전과 가스안전 기능 등 다른 부처에 산재한 안전 기능은 비상시에 즉각 대통령로부터 비상권을 발동 받아 재난을 지휘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놔야 한다. 그래야 경제 부처 등에 분산된 각종 안전 기능이 본래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안전처장의 직급은 범정부적 재난관리를 지휘하기 위해서 국무위원 장관급이어야 한다고 본다. 현장 정보를 취합할 수 없는 현 시스템을 고치고 현장 총괄 대응 능력을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안전처의 청사 위치문제도 중요하다. 청와대와 관련이 깊은 국가재난 총괄 업무상 세종시에 있어서는 곤란하다. 청와대 앞 서울 정부종합청사에 있어야 한다. 안전처 소속 공무원은 대부분 부처 내에서만 근무하도록 하여 재난 전문성을 키워나가야 한다. 9급 공무원은 선발부터 시험답안지 외우는 암기력 대신 몸으로 재난 구조를 할 수 있는 실행력 소지자를 채용해야 한다. 체육과나 안전공학과 계열 출신을 특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구조 활동으로 순직하거나 크게 다칠 경우 가족의 생계까지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지는 보상체계가 선행돼있어야 한다. 안전처의 첫 수장은 국제공모를 통해 선진국의 재난관리전문 관료를 채용할 것을 고려할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건은 건국이후 최대의 재앙이다. 삼풍백화점이 사망자의 숫자는 많지만 이번 사건은 사후 대처를 하지 못해 귀중한 인명을 희생시켰다는 점에서 그렇다. 배가 가라앉고 있는 상황에서 인생 살만큼 산 선장과 선원들의 구조 활동 포기는 우리사회의 이타심과 공동체 정신의 부재라는 사회적 병리현상의 하나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초기 구조작업과 수습 과정에서 무능과 총체적 부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인 우리 정부의 무능은 선진국에서는 대통령의 퇴진감이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정부를 대표해 책임지고 물러나겠다는 것은 헌법도 제대로 모르는 한심한 행위다. 헌법 전문 어느 구절에 총리가 정부를 대표한다던가. 우리 헌법상 정부수반은 대통령이다.

또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과 선주협회 등 업종 이익단체는 원래 돈벌이를 목표로 하는 단체이지만 이를 있게 한 원인(遠因)인 관리감독시스템의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두 달 전 정기 안전점검에서 세월호에 '이상무' 판정을 내린 한국선급, 세월호 출항 전 안전점검 보고서를 통과시킨 해운조합에 관료 출신이 차지하는 엉터리 국가관리가 해운분야에 국한된 게 아니기에 국가체계 전반적인 점검과 보수가 필요하다. 본 난을 통해 거듭 지적했지만 재난관리 대응은 사후문제이고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사회 안전이 지켜지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국가 개조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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