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으로 변하는 생명의 계절, 분노와 욕정의 파도 내려놓고 조용히 침묵을 배워야 한다

김기포 기계중앙교회 목사

잔인한 4월은 아픔과 분노를 남긴채 얄밉게 지나갔다. 그러나 아직도 잔인한 기다림은 계속된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 살아남은 자의 슬픔은 깊어간다.

이젠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왠지 마음이 무겁다. 부푼 꿈을 안고 수학여행을 떠났던 우리 아이들은 싸늘한 시신이 되어 가족 곁으로 돌아왔다. 세월호 사건은 우리들에게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재잘거리고 장난치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보여 주었다. 또한 집나간 아이들이 건강하게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 지를 느낀다. 평소 같으면 직장을 마치고 술집으로 전전하던 아버지들이 이젠 일찍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지금까지 자녀들에게 공부하라는 말만 했는데 이제는 공부하라는 말 대신에 건강해라. 좀 더 쉬어라는 말을 하게 된다고 한다. 평소에 악명높고 독사 같은 학교 선생님들도 이젠 순한 양같이 변화되어 숙제검사도 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더 부드럽고 따뜻하게 대하여 준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이 세월호가 우리들에게 남긴 소중한 교훈이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하여도' 라는 노래가 있다. 먼 길을 떠났던 사람이 거의 폐인이 되어 가정으로 돌아간다는 노래다. 이 노래는 가정의 소중함과 가족의 그리움을 노래했다. 이 노래의 작사자 존 하워드 페인은 1852년 4월10일 알제리에서 사망했다. 그의 시신은 31년 만에 군함으로 뉴욕에 돌아오게 되었다. 그가 돌아오던 날 항구에는 미국 대통령, 국무위원, 상원위원들과 수많은 국민들이 나와 모자를 벗고 조의를 표했다고 한다. 과연 그는 어떤 업적 때문에 많은 사람들로부터 추앙받았던 것일까? 그것은 그가 부자가 되었거나 성공을 해서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바로 '즐거운 나의 집'이라는 노래를 작사했기 때문이었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하여도 /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 뿐이리 / 내 나라 내 기쁨 길이 쉴 곳도 / 꽃 피고 새 우는 집 내 집 뿐이리 / 오 사랑 나의 집 / 즐거운 나의 벗 내 집 뿐이리" 이 노래는 전 세계적으로 가정이 얼마나 소중한 곳인가를 일깨워주었다. 그렇다. 가정이야말로 우리들의 유일한 안식처이자 행복의 요람이다.

눈부신 5월이다. 모든 만물이 초록으로 변하는 생명의 계절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대한민국은 결코 편안하지 않다. 갑자기 법구경에 나오는 한 구절이 생각난다. "사랑하는 사람을 가지지 말라. 미운 사람도 가지지 말라. 사랑하는 사람은 못 만나 괴롭고, 미운 사람은 만나서 괴롭다" 사랑도 미움도 분노도 따지고 보면 모두가 욕정에서 생겨나는 법이다. 그 욕정이 있는 한 고통의 파도는 계속 몰아칠 것이며 그 분노의 파도는 그칠 날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욕정을 다스려야 한다. 분노도 내려놓아야 한다. 지금은 고난을 통해서 조용히 침묵을 배워야 한다.

조용히 '즐거운 곳에는 날 오라 하여도'를 불러본다. 이 노래는 지금까지도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 수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이 노래가 감동을 주는 이유는 삶의 근본이 되는 '가정의 행복'을 노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정의 달 5월이다. 우리는 오늘도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 것인지를 침몰한 세월호를 통해 깨닫는다. "오주여! 세상의 고통에서 벗어나 가정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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