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람 경산소방서 자인119안전센터 소방사

요즘 TV나 인터넷과 같은 매체에서 '모세의 기적'이라는 것을 한번쯤 보거나 들은 적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성경 속 홍해가 반으로 갈라지듯 소방차나 구급차가 응급환자를 이송할 때 다른 차들이 도로 양쪽으로 피양해 주는 것을 뜻한다.

급속하게 늘어난 차량과 바쁜 현대인의 일상에서 어쩌면 도로 위에서의 1분 1초가 아까울지도 모르겠다. 현대인들은 주변상황은 신경 쓰지 못한 채 각자의 우선순위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기 바쁘다. 실제 구급대원으로서 구급출동을 나가보면 앞선 차들이 긴급차를 위해 양보해 주는 모습은 보통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한시가 급한 환자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거나, 때로는 피치 못하게 차들을 피해 다니며 곡예운전을 하게 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근본적인 문제는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쯤에서 우리에게 귀감이 되는 이야기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2014년 3월 10일, 부산에서 일어난 '모세의 기적'은 한 산모가 예정일보다 두 달 빨리 양수가 터지면서 시작되었고, 포항에서 수술이 불가해 고속도로를 통해 부산으로 접어든 구급차 앞에는 아침 출근길 자동차로 도로가 꽉 막혀 있었다. 하지만 사이렌을 울리고 달리는 구급차를 보고 거짓말처럼 눈앞에서 차들이 양쪽으로 비켜서는 '모세의 기적'이 일어났고, 덕분에 산모와 태아 모두 건강하게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이처럼 '모세의 기적'이라는 게 거창하고 어렵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잠깐의 양보로 소방차나 구급차가 현장에 신속히 출동하여 더 큰 재산과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본래 '양보'의 개념은 '길이나 자리, 물건 따위를 사양하여 남에게 미루어 줌', 곧 남을 위하여 자신의 이익을 희생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도로에서 앞만 보고 달리느라 주위의 도움이 보이지 않았다면 이제부터라도 내 차가 긴급차의 통행을 막고 있지는 않은지 잠시 여유를 갖고 뒤를 돌아보자. 비록 시간이 몇 분 지체될 수도 있겠지만 당신은 '부산 모세의 기적'의 감동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양보는 곧 희생이고, 희생은 곧 사랑이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도로에서 많은 '모세의 기적'의 모습을 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