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과 헌신 마다하지 않고 무명의 아들 성공으로 이끈 어버이 고마움 잊지 말아야

박무환 대구취재본부장

새누리당 대구시장 후보 최종 주자를 가리기 위한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3월 어느 주말 토요일 오전 11시쯤 대구시 동구 갓바위 등산로 입구. 70대 후반으로 보이는 노모가 여성도우미 한명과 등산객을 상대로 한표를 호소하고 있었다.

"권영진 후보 어머니입니다." 필자는 명함 1장을 받아들고 지나갔다. 나이든 노모가 누구일까하는 궁금증이 곧 풀어졌다. 권영진 후보의 어머니였던 것. 나중에 알았지만 78세 최채란 여사였다. 그 어머니는 필자 뒤에 오던 60대 중반의 남자 등산객에도 어김없이 명함을 건네면서 필자에게 했던 말처럼 똑같이 했다.

그런데 60대 등산객이 권 후보 어머니에게 아들이냐고 말을 다시 걸었다. 팔순을 바라보는 어머니는 "제 아들입니다. 잘 부탁합니다"라고 하자, 그 등산객은 "어머님이 고생이 더 많으시다"며 위로를 한 후 갓바위로 향했다.

필자는 잠시나마 가던 길을 멈추고 권 후보 어머니와 60대 등산객이 나누던 대화를 들었다. 모르긴 해도 60대 등산객은 권 후보를 지지했음에 틀림없다.

치열했던 새누리당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되기까지 여러가지 승리 요인이 있었을게다. 청구고 동문들의 성원과 안동 권씨 문중에서의 헌신적이고도 전폭적인 지원도 보이지 않는 큰 힘이 됐을게다.

특히 후보들간 방송토론에서 그는 차분한 논리로, 때로는 격하게, 한편으론 냉정한 목소리로 호소를 한 것이 시민들의 마음을 자신에게로 움직이게 한 요인이 됐다.

권 후보가 시장에 출마하겠다고 나섰을때만 해도 지역의 여론은 "글쎄요?" 였다. 후보들 가운데 지역 사정의 파악과 조직관리로 따지면 가장 약세였는지도 모른다. 당시의 인지도를 따지면 솔직히 무명에 가까웠다. 국회의원과 동구청장을 역임한 후보자에 비해 권 후보는 고등학교 3년을 대구에서 보냈을 뿐 대학을 거쳐 지난해 대구에 오기전까지 줄곧 서울에서 있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대구교대 안동부속초)와 중학교(경안중)는 안동에서 보냈다.

그러나 그는 특유의 친화력과 설득력을 통해 자기사람화 하는 힘이 놀라웠다. 시장에 출마해 보겠다며 주소지를 대구로 옮기고 본격적인 선거전에 뛰어든 것은 지난해 12월부터. 그러니까 4~5개월만에 새누리당 대구시장 최종 후보로 시민들의 인정을 받아낸 것이다. 여기까지 오는데, 여러 수훈갑들이 많을 게다. 그중에서 권 후보 노모의 자식을 향한 간절함도 보태졌음에 틀림없다.

내일 모레면 '어버이 날'이다. 권 후보가 도시계획 전면 개편과 일자리 창출 등 대구 미래를 위한 공약들을 제시해 놓고 있다. 그렇지만 경선에서 권 후보가 새누리당 대구시장 후보로 최종 확정되는 순간, 필자는 무엇보다도 묵묵히 아들을 위해 선거운동을 하던 어머니의 모습이 먼저 뇌리를 쓰쳐갔다. "권영진 후보는 제 아들입니다"라는 메시지가 강하게 각인됐다. 자식의 성공 저편에는 자신을 희생해온 어버이가 항상 자리하고 있듯이. 최 여사는 중풍으로 고생하던 시아버지(권 후보 할아버지)를 15년 동안 대소변을 가릴 정도로 효부이자 안동며느리였다고 지인은 귀띰해 줬다. 그 안동며느리, 노모는 자식의 꿈을 위해 마지막 혼신을 불태우고 있을게다.

이제 권 후보는 6·4지방선거에서 야권 후보들과 진검승부가 기다리고 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