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부리만 한

흉터가 내 허벅지에 있다 열다섯 살 저녁에

새가 날아와서 갇혔다

 

꺼내줄까 새야

꺼내줄까 새야

 

혼자가 되면

나는 흉터를 긁는다

허벅지에 갇힌 새가, 꿈틀거린다

<감상> 부대낌에 의한 상처는 흉터를 남긴다. 흉터는 인간의 생에 있어서 벗어날 수 없는 굴레다. 흔적을 들여다보는 일, 그것이 좋은 방향으로 삶을 이끌었으면 얼마나 좋으랴. 하지만 '흉터'로 남은 기억 대부분은 지우고 싶은 것이 많다. 기억이란 흙에 뿌려진 씨앗처럼 싹을 틔우고 자란다.(하재영 시인)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