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소리나더니 불꺼지고 비명”…‘잠시 정차중’ 안내 방송만

2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발생한 열차 추돌 당시 사고열차에 타고 있던 1천여명의 승객들은 순간 눈앞이 아찔했다.

일부 승객들은 열차 안에서 '기다리라'는 취지의 안내 방송이 나오자 '세월호 참사'가 연상돼 강제로 문을 열고 탈출했다고 전했다.

이날 사고는 오후 3시30분께 성수역 방면으로 앞서가던 2258 열차가 상왕십리역에서 승객을 태우고 출발하려던 순간 뒤따르던 2260 열차가 추돌하면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238명이 부상했다.

뒤에서 열차를 들이받은 2260 열차에 탄 안모(26)씨는 "열차가 상왕십리역에 가까워지면서 순간적으로 평소와는 다른 진동이 느껴졌다"며 "그러더니 10초 후에 '쿵'하더니 앞차를 들이받았다"고 전했다.

안씨는 "충돌로 열차를 연결해 주는 통로에 있던 문의 창문이 깨질 정도였다"며 "대피하라는 안내방송은 없었지만 불안해서 강제로 문을 열고 탈출했다"고 말했다.

뒤차에 탄 이모(59·여)씨는 "앞쪽에서 큰 충돌이 느껴졌지만, 열차 안에서는 '앞차 때문에 출발이 지연되고 있으니 기다리라'는 안내방송만 나왔다"며 "얼마 후 다행히 문이 열려 탈출했다"고 말했다.

일부 승객들은 급한 마음에 선로 쪽으로 뛰어나가는 등 2차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도 벌어졌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트위터 등 SNS상에서도 세월호 참사가 떠올라 필사적으로 빠져나왔다는 글이 잇따라 게시됐다.

한 누리꾼은 "사고 직후 나온 안내방송이라곤 '앞차와의 간격 때문에 잠시 정차 중'이라는 것 뿐이었다"며 "순간적으로 세월호 참사가 생각나 문을 강제로 열고 탈출했다"고 글을 올렸다.

이번에도 대피 안내방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불만이 속출했다.

앞에 정차해있던 2258 열차의 세 번째 칸에 탄 김모(18)군은 "열차가 잠깐 정차하고 있던 상황에서 갑자기 뒤쪽에서 큰 충돌 소리가 나더니 서 있던 승객들이 모두 넘어졌다"며 "잠시 뒤 열차 내부 조명이 전부 꺼지면서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고 말했다.

김군은 이어 "열차 내에서는 따로 대피하라는 안내방송이 나오지 않았다"며 "승객들끼리 벽을 더듬으며 강제로 문을 열고 탈출했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익명을 요구한 한 2258 열차 여성 승객은 "7번째 칸에 서 있었는데 열차 문이 세차례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하더니 갑자기 뒤에서 '쾅' 소리가 났다"며 "당시 사람들로 열차 안이 가득 차 있었는데 충격으로 모두 넘어지는 등 아수라장이 됐다"고 급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이모(52·여)씨는 "대피하라는 안내방송은 나오지 않아 처음에는 불이 난 줄 알았다"며 "승강장으로 빠져나온 뒤에야 방송이 나왔는데 소리가 울려 제대로 못 알아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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