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생가·유배지 등 현장 답사하며 탐구, 흥미롭고 생생한 어조로 진솔한 모습 표현

다산, 그에게로 가는길동녘 / 김은미·김영우 지음

"정약용의 호가 '다산'이 아니라 '사암'이라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원장 이재호)은 '5월 청소년 권장도서'로 '다산, 그에게로 가는 길(동녘)' 등 10권을 선정했다.

'다산, 그에게로 가는 길'은 동녘 출판사의 '우리 인물 답사기' 첫 번째 시리즈로 철학 소설 형식으로 한국 사상가들의 삶과 사상을 들려준다. 그동안 '위인'으로 바라보았던 사상가들의 얼굴을 한 겹 벗겨내고, 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그려내는 데 주력한다.

첫 번째 인물이 18세기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한국 최고의 학자이자 개혁가라고 평가받는 다산 정약용이다. 다산 정약용의 삶 전반에 걸친 다양한 이야기를 추적한다.

다산의 이야기를 단순히 그리는 것이 아니라, 서학이 이 땅에 어떻게 들어오게 되었고 정약용은 과연 천주교에 대해 배교했는지, 왜 정약용과 박지원 같은 조선 지식인들을 부분이 아닌 조선 시대 '전체의 문제'로 바라보아야 하는지, 정약용의 삶을 다각도도 들여다본다.

등장하는 고교생 서연은 엄마를 아홉 살에 잃었다. 우연히 정약용도 아홉 살에 어머니를 여읜 사실을 알고 서연은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어느 날 건축 일을 하는 아빠가 춘천 현장에서 한자로 '열수'라고 새겨진 모형 배를 줍게 되고, '열수'가 잘 알려지지 않은 정약용의 호라는 것을 알고 있던 서연은 그 배가 정약용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빠와 함께 남양주로 정약용 답사를 떠나기로 한 서연과 아빠는 정약용의 고향 '마재'에서 뜻밖의 귀인을 만나 함께 동행하게 되는데….

다산이 살았거나 머물렀던 장소를 답사하고 그 장소에서 그의 삶을 이야기 형식으로 들려준다. 실학사상이나 조선시대 당쟁과 같이 어렵고 딱딱한 이야기가 아닌 정약용의 고향인 마재, 정약용의 생가인 여유당, 과거 급제 후 자축연을 열 정도로 자주 찾았던 수종사, 정조의 명을 받고 설계에 참여한 수원 화성, 유배 생활 중 저술 활동을 활발히 했던 다산 초당 등 현장을 답사하며 정약용을 탐구한다. 이 길에는 송화 가루가 퍼지고, 동백 꽃잎이 흩날리기도 하며 주고받는 정약용을 둘러싼 이야기들이 서정적인 답사길 풍경을 연출한다.

특히 정약용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천주학(서학)이 조선에 자생적으로 생겨나 정약용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정조와 정약용이 꿈꾼 화성의 모습이 어땠는지, '목민심서', '마과회통', '흠흠신서' 등 수많은 정약용의 저술과 관련한 이야기들, 치열한 당쟁에 휘말려 18년간 귀양 생활을 했고, 형제들도 참수당하거나 유배지에서 숨을 거둔 가족사 등을 흥미롭고 생생한 어조로 풀어낸 점도 이 책의 강점이다.

우리가 그동안 익히 들어왔던 수많은 저서를 남긴 실학자 정약용, 항상 그를 유배지로 내몰았던 원인이 된 서학과 관련된 천주교인 정약용, 화성을 설계한 개혁가 정약용이 아닌 아홉 살에 엄마를 잃었고, 오랜 시간 유배생활을 하며 고향인 마재를 그리워한 '인간' 정약용의 진솔한 모습이 이 책에 오롯이 담겨 있다.

따분할 수 있는 한국 사상을 청소년들이나 정약용을 잘 몰랐던 성인 독자층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풀어주면서, 우리가 몰랐던 숨은 이야기도 들려준다.

이 책은 부부가 함께 공동 집필한 작품이라는 점도 이채롭다. 저자 김영우 교수는 정약용을 전공하고 그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쓴 다산 전문가다. 공저자 김은미는 국문학을 전공했고, 역사 인물 동화를 집필하며 알려졌다.

두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정약용의 숨결을 따라 여행하고 사유하며 문학적 이야기를 구상했다"며 "포항 장기를 비롯해 춘천이며 해미, 수원, 나주, 곤지암까지, 정약용과 관련이 있는 곳은 황해도 곡성만 빼고 대부분 다 가보았다. 돌아갈 기약도 없이 그 먼 강진으로 유배되어 가던 정약용의 심정을 그곳에 가보고서야 가슴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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