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3년에 걸쳐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전쟁을 수행한 결과 미국 여론이 해외 군사 개입에 대해 더욱 회의적으로 변했다. 그러나 국제사회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부담이나 자선으로 보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다. 국제적 충돌에 휘말리는 것을 피하려고 '고립주의'를 선택한다면 앞으로 더 큰 대가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척 헤이글 미국 국방부 장관이 시카고 국제문제협의회 초청 강연에서 국제 관계에서 미국의 적극적인 역할 수행을 강조했다. 그는 또 "역사가 가르치듯 고립주의가 국제적인 문제들로부터 우리를 완벽하게 차단시켜주지 않는다. 나중에 가서 타의에 의해 더 많은 피와 돈을 지불하고 더 깊게 얽매일 수 밖에 없다"고도 했다.

척 헤이글의 발언 배경은 미국 내 고립주의 여론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는 것을 의식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방송이 공동으로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국제문제에 개입말라'는 지문에 미국민 47%가 지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1년 9·11테러 이후의 14%에 비해 33%포인트,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 조사 결과를 놓고 워싱턴 외교가와 관료, 학자를 막론하고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미국의 외교정책 대논쟁꺼리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고립주의 흐름이 새삼스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 군사력이 현저히 약화하는 추세 속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집권 이후 잇따른 대외정책의 실패를 거듭,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시리아와 이란, 이집트 등 중동문제에서부터 올 들어 우크라이나 사태 전개과정에서 미국이 '무기력함'을 드러내면서 대외정책 기조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하고 있다.

고립주의는 자국의 이익이나 안보에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경우 개입을 꺼리는 외교정책을 말한다.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 개입해 패배한 이후 신고립주의가 대두됐는데 다시 미국 내 고립주의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지난 6일(현지시간) 워싱턴 헤리티지재단에서 열린 내년 국방수권법 토론회에서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 하워드 매키언 위원장이 "미국이 한반도 전쟁 시 해병대 20개 여단을 출동시킬 계획"이라는 발언을 했다. 한미 군사동맹이 굳건하다지만 우리로서는 미국 내 고립주의 여론의 향배를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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