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이기주의에 찌든 공무원사회 척결을 통한 국가개조가 절실하다

제갈 태일 편집위원

'원숭이는 높이 올라갈수록 궁둥이가 잘 보인다' 세계최고의 경영자이자 가장 존경받는 CEO인 '잭 웰치'의 좌우명이다.

하늘을 보며 높이 오르는 원숭이는 뒤를 돌아볼 겨를이 없다. 그러나 아래서 바라보는 원숭이들에게는 그 녀석의 궁둥이만 유별나게 잘 보이는 법이다. 누구나 뒷모습을 잘 가꾸는 일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세계 최고의 경영자가 되기는 쉬워도 가장 존경받는 CEO가 되기는 어렵다. 그러나 잭 웰치는 뒷모습까지 아름답게 가꾼 경영인이다. 그는 45세에 GE의 회장에 취임하여 250억 달러 시장가치의 기업을 2천500억 달러 초우량기업으로 만들었다. 그의 업적은 '웰치 혁명'으로 추앙되고 지금도 세계적인 대기업들이 앞 다투어 벤치마킹한다. 우선 그는 다운사이징(Down sizing)의 귀재였다. 그의 캐치프레이즈는 '1등이 아니면 2등이라도 되라, 아니면 버려라' GE의 350개 사업을 12개로 축소했고 42만 명의 근로자들을 27만 명으로 감축하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엄청난 정리해고로 당시 그의 별명은 건물은 파괴하지 않고 사람만 죽인다는 뜻에서 '중성자탄'이었다.

가장 빛나는 '웰치'혁명의 보석은 '6시그마' 운동이었다. 생산 영업 관리 서비스 등 전 프로세스에 무결점을 추구하여 철저히 불량품을 없앴다. 1시그마가 68% 정도의 제품만족이라면 3시그마는 99.7%, 6시그마는 99.9999로 이어진다. 100만개 중 3~4개가 불량품이다.

온 나라를 들쑤셔놓은 청해진해운의 오너인 유병언 회장은 '대한민국을 세월호에 가두었다'고 할 만큼 악덕기업인의 대명사가 되었다.

유 회장의 회사경영에서 산출된 제품이나 서비스들은 1시그마도 못되는 철저한 불량품들이었다. 처음부터 고객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는 부도를 낸 모기업 (주)세모를 은행 융자로 되찾고 인수가 끝나자 회사채 발행으로 모두 상환했다. 빚은 고스란히 회사에 떠넘겼다. 이처럼 유 회장은 교활한 꼼수경영과 천문학적 횡령배임을 일삼았다.

계열사로부터 수억의 연봉을 챙기면서도 상표 사용료, 자문료, 사진 강매 등으로 회사 돈을 빼돌렸다. 말세 운운하며 구원파 신도들에게 헌금도 강요했다. 이처럼 긁어모은 돈으로 장남은 캐나다에서 마을 하나를 통째로 사서 대지조각을 했고, 차남은 뉴욕 맨해튼에 2천만달러짜리 대저택을 소유하고 있다. 온 가족이 집단사기극을 연출했다.

끝내 늙고 병든 배를 무리하게 운항해 학생들을 300 명이나 수장시켰다. 한 달 가까운 수색에도 실종자가 수십 명에 이르고 유족들은 트라우마로 극한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유 회장에게 회사는 기업이 아니라 불법자금을 빼내는 방편이었다. 그는 궁둥이 같은 것은 아예 포기한 사람이었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사과와 국가안전처 신설을 공언했다. 그러나 빗자루를 든다고 깨끗해지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관피아'로 관료집단의 권력이동에서 오는 부패사슬은 얽혀 있어 특단조치가 필요할 것 같다. 집단이기주의에 찌든 공무원사회의 척결을 통한 국가개조가 절실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부패근절이 "구운 빵에서 설탕 빼내는 일"만큼이나 어렵다고 했다. 잭 웰치의 좌우명이 부러운 이유이다. 결국 원숭이와 궁둥이는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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