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은 법치훼손의 결과물, 아무리 좋은 시스템 구축해도 심성이 바르지 못하면 공염불

안영환 편집위원

세월호의 침몰참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눈물을 흐르게 한다. 우연이겠지만 나는 지난 3월 중순 '비극의 샘'이라는 수필집을 상재했었다. 거기서 불합리한 사회에서 인간이 겪는 투쟁과 불운과 죽음 그리고 집단적 재난과 전쟁의 비극에서 고인 샘물이 우리 영혼을 맑게 씻어줘 그나마 문명이 망하지 않고 지탱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평범한 개인들이 겪는 비극이 인간의 눈물샘을 하염없이 자극하여 그 흐르는 눈물로 영혼에 덕지덕지 끼는 독극물을 씻어내면서 우리는 사는 거라고 했다. 꽃봉오리 같은 청소년들의 희생을 기리는 위령분향소에서, 같은 또래가 다니는 전국의 학교에서, 그리고 직장과 가정에서, 슬픔으로 눈시울을 적시는 눈물은 우리 가슴 한구석의 옹달샘에 고여 영혼을 맑게 씻어주기를 기대한다.

인간은 항상 늦게 깨달아 불행을 자초하며 비극을 맞게 된다. 인간이 집단을 이루는 사회와 국가도 인간의 집합체여서 그들 집단의 깨달음도 항상 늦어 비극을 초래한다. 인류 역사상 모든 전쟁이 그랬었고 국가의 흥망성쇠가 그랬었다. 비극의 샘물로 더러워진 영혼을 닦아 그 비극을 가져온 원인들을 제거해 나간 사회나 국가는 멸망하지 않고 문명을 지탱해 간다.

비극의 근원은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탐욕이다. 일본에서 폐기처분 직전의 낡은 배를 들여다가 증개축하고 배의 중심을 잡아줄 평형수를 감량하는 대신 과적을 일삼아온 결과가 세월호 비극의 직접적 원인이다. 간접적으로는 안전규칙을 점검, 감독해야 할 국가기관이 선박회사 및 그 이익단체와 야합하여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태만이 일으킨 참사다. 그 태만은 구조 활동에까지 이어져 초동단계 이후 단 한 명의 생명도 더 구해내지 못했다.

탐욕은 생명의 밭에 비를 내리게 하지 않는다. 1991년 구소련 붕괴로 공산주의와의 체제경쟁에서 승리한 자본주의는 세계 구석구석에 평화와 행복의 단비를 내려줄 것으로 생각했었다. 자본시장에 투영되는 황금빛 광채의 폭죽을 터뜨렸던 뉴욕 월가 금융시장은 탐욕의 누적으로 몰락하여 2008년 참담한 글로벌 경제파탄을 초래했었다. 인간의 탐욕으로 지구 대지가 사막화되는 것처럼 인간문명도 그렇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마음의 눈에는 비친다.

글로벌 금융위기나 세월호 참사나 규모에서는 크나큰 차이가 있으나 근원적으로는 인간의 탐욕이 법치를 무용지물로 만들어 빚어낸 비극이다. 법치는 인간사회를 지탱해 가기 위한 최소한의 정의인 건데, 탐욕에 눈이 먼 인간들이 스스로 갖은 편법으로 그 구조를 허물어뜨린다. 국가개조니, 시스템 혁신이니, 인간의 도덕적 참회 없이는 공염불이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구축하더라도 그걸 운영하는 인간의 심성이 올바르지 못하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는 법이다.

옛 로마의 한 현자는 그의 저서 '고백록'에서 '세상에는 번뇌없는 사람이 없으며, 그 번뇌는 탐욕에서 생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욕심과 탐욕 이상의 강한 것 한 가지를 가지고 있으니, 그것은 진리를 갈망하는 우리의 마음이다. 진리를 갈망하는 마음이 탐욕보다 약하다면 정의의 길을 찾아나서는 사람이 이 세상에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비정상은 법치훼손의 결과물이요, 오늘날 민주사회의 구성원 간 최소한의 계약인 법치의 준수가 정의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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