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퇴원생존율 4.9%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겪은 급성 심장정지는 국내서 해마다 증가하면서 소중한 생명을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성 심장정지는 정상적으로 뛰던 심장이 갑자기 멈추는 상태로, 수분 이내에 회복하지 않으면 사망하는 질환을 말한다.

13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3년 국내 급성 심장정지 발생실태를 조사한 결과, 인구 10만명당 심장정지 발생규모는 46.3명으로, 2008년 41.4명, 2010년 44.8명보다 늘었다.

한국의 급성 심장정지는 급격한 인구고령화와 심·뇌혈관질환 질환 증가 등의 영향 탓에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심장정지 환자를 성별로 보면, 남성 64.7%, 여성 35.3%로 여성보다는 남성이 더 많이 경험했고, 연령별로는 50대 이상 중고령층에서 주로 발생했다.

급성 심장정지로 말미암은 결과는 심각하다. 급성 심장정지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살아서 퇴원할 확률(퇴원생존율)은 2013년 4.9%로 2008년 2.5%, 2010년 3.3%보다는 조금 나아졌지만, 미국 9.6%, 일본 8.8%, 호주 빅토리아주 9.7% 등 주요 선진국의 8~9%에 견줘서는 여전히 낮았다.

다만, 지역별 퇴원생존율을 보면, 의료기관이 밀집해 있어 상대적으로 응급의료 접근도가 높은 서울·대전 등 도시지역이 8%대로 선진국 수준에 근접했다. 하지만, 전남·경북·충남 등의 퇴원생존율은 전국수준보다 낮은 상황이어서 개선 노력이 필요했다.

실제 퇴원 후에도 뇌기능 손상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할 만큼 회복해야만 급성 심장정지에서 살아남은게 의미가 있다.

심장정지 환자가 소생하더라도 뇌기능이 회복되지 않으면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 증가 등 또 다른 보건의료문제를 양산하는 결과를 빚을수 있다.

하지만 심장정지 발생 후 뇌기능이 회복돼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국내 환자는 2008년 0.8%에서 2010년 0.9%, 2013년 2.3% 등으로 증가했지만, 응급의료체계 선진국인 미국 6.9%, 일본 4.0% 등에 견줘서는 많이 낮은 게 현실이다.

심장마비가 발생하면 온몸으로 혈액 순환이 중단되기에, 바로 조처를 하지 않으면 사망하거나 심각한 뇌손상이 일어날 수 있다. 뇌는 혈액 공급이 4~5분만 중단돼도 영구적으로 손상될 수 있다.

심장마비가 발생했을 때 인공적으로 혈액을 순환시키고 호흡을 돕는 응급치료법인 심폐소생술 시행률(일반인)도 2008년 1.8%, 2010년 3.2%에서 2013년 8.7% 등으로 인식향상 덕분에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33.3%, 일본 34.8%, 호주 빅토리아주 46.8% 등보다는 현저히 떨어졌다.

질병관리본부는 소방방재청과 전국 650여개 의료기관의 협조로 지난 2008년부터 심정지와 호흡정지 등 구급일지에 적힌 환자 의무기록을 전수 조사하는 방식으로 국내 급성 심장정지 발생 규모와 인구사회적·지역적 분포, 생존율 등을 조사해 국가 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통계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현수엽 복지부 응급의료과장은 "심장정지 환자를 살리려면 처음 목격했을 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119구급대로 연락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 과장은 "직업별·계층별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심폐소생술 교육강사의 자격을 확대하며, 주민센터·문화센터 등에서 찾아가는 심폐소생술 교육을 하는 등 다른 선진국보다 낮은 심폐소생술 보급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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