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줄이기' 등 가능성에 불안감 고조, 세월호 참사 책임감에 불만 표출도 못해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대국민 담화에서 해경을 해체하고 수사·정보 기능을 육상경찰에 위임하겠다고 밝힌 19일 포항 해양경찰서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종현기자 salut@kyongbuk.co.kr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서 해경을 해체하겠다는 내용이 발표되자 일선 해양경찰서 직원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9일 오전 9시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한 박근혜 대통령은 "(해경의)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그냥 놔두고는 앞으로도 또 다른 대형사고를 막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고심 끝에 해경을 해체하기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날 담화문이 발표되자 해경 모든 직원들은 할 말을 잃고 TV화면 속 박 대통령의 입만 바라봤다.

직원들은 구조 개혁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었으나, '해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해체까지 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갓 해경에 들어온 직원이나, 20년 넘게 해경에 몸담았던 직원들도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기는 마찬가지 였다. 이 모습은 포항해양경찰서에서도 여실히 나타났다.

담화문의 내용을 전혀 알지 못했던 서장은 병가를 취소하고 서둘러 자리로 복귀해 분위기 파악에 들어갔다.

담화문은 대통령의 지시로 내용 자체에 대한 발설 금지가 내려져 일선서 총경급도 내용을 전해듣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홍보실 직원 역시 입을 다물 수 없는 당혹감에 인터넷, TV화면만 뚫어져라 볼 뿐이었다.

여기다 조직이 없어지는데다 '언제, 어디로' 가야 할 지 모르는 불안한 분위기도 감돌았다. 심지어 직원 '솎아내기', '몸집 줄이기' 등으로 해직 될 가능성도 제기 돼 불안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대부분 직원들은 불만이 섞인 표정을 짓고 있었으나, 겉으로 드러내진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국민들의 차가운 시선과 이에 대한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직원은 "모든게 해경 조직의 잘못에서 비롯된 일이다"며 "대통령도 무척이나 고심했을 것"이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또 다른 직원은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지휘계층 때문에 전 해경이 희생양이 됐다"고 불만을 드러내면서도 "이런 시국에 자칫 불만을 드러냈다가 또다른 불똥이 튈지 모른다"고 고개를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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