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동 개발 통한 동북아 전략적 접근, 러시아 대외전략 정확히 간파하고 전략적 이익 따지면서 더 협력해야

경북도관광공사가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5일간 블라디보스톡과 이르쿠츠크 등 러시아 현지에서 관광객 유치 활동을 벌였다고 한다. 태평양국제관광엑스포(PITE 2014)에서 경북도의 역사문화 관광지,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의료와 관광을 접목한 상품 등을 소개했다. 러시아내 시청률 2위를 자랑하는 러시아 2TV 방송이 경주, 안동, 영천에서 전통의학 및 의술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를 제작, 오는 6월 러시아 전역에 방송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에 앞서 경북도 방문단은 연해주를 방문해 농수산 교류 확대와 영일항을 중심으로 한 환동해 물류 확대 및 항로개척에 대해 협의하고 연해주와의 농업교류를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부터 발효된 한·러시아 간 무비자제도로 우리나라를 찾는 러시아 관광객 수가 증가할 것으로 보임에 따라 러시아 관광객 유치활동은 시의적절하다. 앞으로 관광객뿐 아니라 한·러경제 활동이 늘어날 것에 대비하여 러시아 극동지역과 근거리에 위치한 강원도와 경상북도 지역의 기업과 당국의 정교한 대응이 필요하다. 북한이 최근들어 대러시아 외교관계의 복원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러시아는 앞으로 남북 통일과 관련해서도 아주 중요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는 미국 일본에 이어 중국과의 교류에만 치중해왔다.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최근 국제상황이 변하고 있다. 경북도 등은 형식적인 국제교류에서 벗어나 앞으로 러시아와의 교류는 내실 있는 교류를 해야 할 것이다. 크림반도 합병을 통해 국제사회에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러시아의 발걸음이 동방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 차원에서도 해야 하겠지만 지자체 차원에서도 러시아 지방정부와의 교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행정이 필요하다. 이달 말 러시아는 중국과 처음으로 동중국해에서 해군 연합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에 따른 동북아 지정학은 다층적 구도를 띠면서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러시아의 북한 접근의 흐름이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지난해 9월 러시아는 극동 하산역과 나진항 간 54km 철도 구간을 개통했고, 장성택의 처형 명분이 됐던 중국의 나진항 1, 2호 부두 부근에 나진항 3호 부두 개보수 공사를 현재 진행하고 있다. 러시아측은 소방차 수십 대를 기증했고, 경제와 철도·운수 분야 협력합의서도 체결했다. 북·러는 현재의 교역량(1억 달러)을 2020년까지 10배인 10억 달러로 확대하는데 합의하고, 남·북·러 삼각협력도 심도 있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놀라운 것은 소련 시기 북한의 대러시아 채무 약 109억 달러(11조 2천억 원) 중 90%를 탕감하고, 나머지 1조1천억 가량은 20여년에 걸쳐 북한의 보건과 교육, 에너지 분야 등에 재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러시아는 동아시아 정세 변화에서도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러시아의 동북아 접근은 남·북·러 공동사업 활성화의 수준을 높이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전략가들은 고르바초프의 신사고 외교로 인한 한·소(韓蘇)수교가 북·러관계를 파국으로 몰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러시아의 동북아시아 외교판에 등장한 것은 한국의 장래에 또 하나의 중대한 변수이다. 극동 개발을 통해 동북아지역에 전략적 교두보를 확보하려는 러시아의 움직임을 우리는 간파해야 한다. 이러한 정세에서는 국가와 지방의 전략적 이익을 저울질하며 협력의 폭을 넓혀나가야 한다. 우리 정부와 지자체의 할일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하고 머리를 짜내야 할 것이다. 해외시장의 측면에서 러시아 극동지구는 경북도의 경제적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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