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시대 재상 요숭은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한 '경세제민(經世濟民)'의 탁월한 정치가였다. 측천무후, 예종, 현종 등 3대에 걸쳐 재상을 지내면서 대담한 직언으로 국정의 만성적 병폐를 혁파했다. "측천무후 때 산동성에 황충(黃蟲; 메뚜기)떼가 기습, 대재앙을 몰고 왔다. 하지만 조정이나 백성들은 황충을 박멸할 대책을 세우지 않고, 하늘이 없애주기를 빌었다. 이 같은 속수무책 대응은 황충은 하늘이 내린 재앙이므로 감히 천명을 거역, 황충을 죽일 수 없다는 케케묵은 누습 때문이었다.

 참상을 보다 못한 요숭은 황제에게 메뚜기 박멸 포고령을 내릴 것을 주청했다. 그러나 오랜 관습에 젖은 조정신하들은 "황충은 하늘이 내리는 재앙이니 사람이 미칠 바가 아니다"라며 반대했다. "평범하고 속된 유생들은 교조적인 경문만을 교조적으로 준수할 뿐 실용적인 임시변통을 모릅니다. 관습적인 이치에 어긋나는 것이 임시변통의 도리입니다. 과거에도 산동에 황충이 농가에 큰 피해를 입혔는데도 모질게 박멸하지 않아 황충이 농작물을 모조리 먹어치워 굶어죽게 된 백성들끼리 사람을 잡아먹는 처참한 지경에 빠진 적이 있습니다. 지금 황충이 맹위를 떨치고 있는 산동 일대가 수확을 하지 못한다면 백성들이 유랑걸식의 고통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이는 나라의 안위와 직결된 일이기 때문에 임시변통을 무시한 채 관례만 지킬 수 없는 노릇입니다. 폐하께서는 살생을 싫어하시니 청컨대 이번 일에 관해서는 폐하께서 손수 조칙을 내리시는 수고를 할 필요 없이 신이 직접 포고문을 내려 처리하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만약, 제가 황충을 박멸하지 못한다면 저의 벼슬과 직위 모두를 일거에 삭탈하겠습니다." 측천무후는 요숭의 지극한 주청을 받아들여 꽉 막힌 신하들의 반대를 누르고 황충 박멸을 허락했다.' 황충과의 전쟁'에 올인 한 요숭은 황충 재앙을 극복, 백성들을 대재앙에서 구해냈다.

 생때같은 젊은 생명을 수장한 세월호 대참사 대재앙에서 우리 정부 장관중 누구도 요숭같은 임기응변 임시변통의 인물은 없었다. 관행의 노예가 되어 자기직분에 대한 무지와 무능, 무책임 '3무(無)'만 확인시켰다. 박근혜 정부의 '인재(人材) 재앙' 극복이 더 다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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