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국사학과 문중양 교수는 첨성대가 천문 관측대로는 부적합하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첨성대 꼭대기에서 별을 관측하려면 울퉁불퉁한 내부서 암벽타기 하듯이 기어 올라가거나 작은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분명 첨성대는 별을 관측하기에 편리한 구조가 아니다. 첨성대에 오르려면 우선 땅 위에서 약 4m 높이에 있는 1m 크기의 창까지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야 한다. 또 내부에 들어가서도 19~20번째 단과 25~26번째 단에 정자석(井字石)에 각각 걸쳐진 2개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반원형으로 방 구멍을 통해 지붕까지 올라가야 한다. '세종실록지리지'에는 첨성대가 '천문에 대해 묻던' 구조물로 나오는데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천문을 관측하던' 구조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문 교수는 첨성대의 외양과 구조를 보면 불교적 용도의 제단이나 토속적 염원을 담은 구조물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천문을 묻는다'는 의미를 당시 시대적 배경과 연관 지어 생각해보면 '하늘의 뜻을 헤아리는 행위'였다는 것이다. 이 같은 첨성대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첨성대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유사한 형태를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형태의 구조물이기 때문이다. 동양사학자 이용범은 이미 1970년대부터 첨성대가 천문대가 아닌 다른 용도의 구조물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그는 일종의 불교적 제단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설은 첨성대 모양이 불교에 등장하는 수미산(須彌山)과 비슷하다는 사실에 근거를 둔다. 이 외에도 태양의 빛에 의해 생기는 그림자를 재서 태양고도를 측정하는 규표(圭表)라는 설이 있고, 심지어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상징인 지구라트를 닮은 건축물이란 주장이 제기되는 등 여러 설들이 있다.

감사원이 지난 15일 첨성대가 지반 침하로 2009년 국립문화재연구소 조사 때 이미 북쪽으로 200㎜ 기울어진 상태였고, 2014년 1월 점검에서는 기울기가 204㎜로 나타나 매년 1㎜ 정도씩 기울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문화재위원회가 경주시의 정밀구조안전 진단 계획을 가결했다. 내년 2월까지 보수 여부와 방식을 결정키로 하고 만약 허물어 복원한다면 주변 발굴도 함께 할 계획이라 한다. 정밀진단과 함께 첨성대의 수수께끼가 풀리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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