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2333년 현재 중국 요서 지역서 '단군조선' 탄생, 15세기 갑작스런 기온 변화로 위기 맞고 13세기에 붕괴, 고인돌 만들며 동쪽 이주하던 진인 한반도에 진국 건설

한반도는 진인의 땅이었다알에이치코리아 / 정형진 지음

'한반도는 진인의 땅이었다'는 단군조선의 기원부터 삼국시대로 접어드는 삼한까지의 고대사 전체를 '진인(辰人)'이라는 집단을 통해 살펴본 책이다.

주류사학계가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고조선과 삼한 사이 천 년의 역사, 나아가서 우리 민족의 기원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집단이 바로 진인이다. 우리 고대사 속의 한반도는 바로 진인의 땅이었고, 진인을 통하지 않고서는 고대사의 흐름을 알 수 없다는 것이 저자의 논지다.

'한반도는 진인의 땅이었다'는 지금까지의 단편적인 고대사 서술에서 벗어나 우리 고대사 전체를 통시적으로 풀어냄으로써 고대사 이해의 큰 틀을 마련한다.

저자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 역사의 시작인 단군조선은 기원전 2333년에 현재 중국 땅인 요서 지역의 홍산문화를 기반으로 성립됐다. 번영을 누리던 단군왕검 사회는 기원전 15세기 갑작스런 기온 변화로 위기를 맞고, 기원전 13세기 붕괴되는데, 이때 지도층이 요하를 건너 동쪽으로 이동했다. 이들이 바로 저자가 지칭한 진인이다. 진인들은 고인돌 문화를 퍼뜨리며 요동과 한반도 서북 지역으로 이동했고, 이후 한반도에 정착해 문명의 꽃을 피웠다.

진인은 숙신(肅愼)·진번(眞番)·진한(辰韓)·변진(弁辰)·진국(辰國) 등의 집단을 주도했고 한민족의 기틀이 되었는데, 이들 집단은 이름에 '辰' 또는 '眞'자를 사용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에 저자는 이들을 진인으로 명명한 것이다.

한반도로 이동한 진인들은 한강 이남 최초의 정치체인 진국을 세웠고, 진국으로 이어진 진인의 맥은 삼한으로 나뉘었다가 신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구려·백제·신라 삼국 가운데 단군의 적통을 이은 한민족의 적자는 신라라는 것이 저자의 논리다.

책 1부 '제5문명 요하문명과 한민족'에서는 중국의 요하 상류와 대릉하 상류에서 발견된 요하문명과 우리나라 고대사의 연관성을 추적한다. 중국은 최근 요령성 서부 지역에서 신석기 시대의 '홍산문화'가 발견되자 이들 지역의 문화를 '요하문명'이라 이름 붙이고 제5의 문명 발생지로 여기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 학계에서는 중화문명의 기원이 홍산문화에 있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홍산문화는 우리의 단군신화와 맥이 닿아 있다. 우선 홍산문화 유적지에서는 곰을 토템으로 하는 유물과 호랑이를 토템으로 하는 유물이 다수 발견된다. 그중에서도 홍산문화의 중심지는 곰룡(熊龍)을 숭배하는 사람들의 땅이었다는 것이 학자들의 대체적 견해이다. 이러한 사실은 웅녀를 단군의 어머니로 생각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기적으로도 기원전 24세기, 중국의 요순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단군신화는 홍산문화를 이어 일어난 하가점하층문화와 맞물린다. 이외에도 거북을 신성시하는 문화, 요하문명 지역과 한반도에서 동시에 발견되는 비슷한 옥기들, 빗살무늬토기 분포 등의 정황으로 미루어볼 때 홍산문화 지역이 단군신화의 무대였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그리고 홍산문화의 곰 부족과 공공족이 만나 단군신화를 탄생시켰음을 명확히 밝혀낸다.

2부 '진인의 눈으로 한국사를 보아야 한다'에서는 단군왕검사회의 태동 이전부터 삼한을 거쳐 삼국시대에 이르는 고대사의 흐름을 신라에서부터 거슬러 올라가며 짚어본다. 저자가 조명한 우리 고대사의 흐름은 진인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한다. 진인들은 고인돌을 만들며 동쪽으로 이주했고, 한반도에 진국을 세웠으며, 그 진국의 맥이 진한사로국과 신라로 이어졌다는 것이 저자의 연구 결과이다. 특히 저자는 위만조선에서 온 고조선 세력과 단군의 맥을 이은 진인이 함께 세운 신라가 단군의 맥을 이은 한민족의 적통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신라의 지도자로 옹립된 박혁거세가 바로 단군의 후예인 것이다.

3부 '단군숙신과 고조선을 구분해서 보아야 한다'에서는 역사학계의 오랜 논쟁 대상 중 하나인 고조선의 건국 시기에 대해 정리한다. '동국통감'이 전하는 기원전 2333년의 고조선(단군조선)과 '관자'나 '위략'에 등장하는 기원전 10세기 이후의 고조선(기자조선, 한씨조선)을 구별해야 고대사를 바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논지다.

4부 '삼한의 정립과 그 주도세력들'에서는 대한민국의 국호가 삼한의 정신을 잇고 있다는 점을 되새기면서,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며 내세웠던 삼한일통론의 의미에 대해 짚어본다. 또한 삼한은 어떤 세력들이 참여해 세운 정치체였는지 추적한다. 단군왕검계 진인들과 위만조선계 세력이 함께 세운 진한, 고깔모자를 썼던 부여족과 사카족이 세운 변한, 진인들과 고조선의 준왕 세력에 한씨조선인들과 진번 계통의 주민들이 합세한 마한 중 한민족 초기 구성원의 혈맥과 정신세계를 계승한 것은 진한이고, 그 혈맥이 신라왕족으로 이어졌다는 것을 저자는 명확한 근거로 설명한다.

'한반도는 진인의 땅이었다'는 진인을 통해 그간 설명되지 않던 우리 고대사를 명확하게 밝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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