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높은 점수 받으려 '정원감축' 혈안, 구조조정 대상 학과 집단 반발 등 갈등 심화

교육부의 '대학 특성화 사업(CK)' 시행 과정에서 학과 통폐합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정원감축·통폐과 대상이 대부분 취업률·충원율이 저조한 학과에 집중되면서 각 대학들이 인문학 및 예체능과들을 축소·통폐합할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교육부는 전국(수도권·지방) 대학 195곳 중 160곳에서 989개 사업단(비수도권 대학은 106곳, 659개 사업단)이 대학특성화사업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사업에 신청한 대학의 자율 정원 감축률은 2017년까지 평균 6.8%. 권역별 감축률은 서울권 3.0%, 경기·인천권이 5.1%, 충청권 9.2%, 호남·제주권 9.2%, 대구·경북·강원권 8.3%, 부산·울산·경남권은 8.0%다.

대구·경북지역 대학들은 평균 수준을 뛰어넘는 정원 감축폭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일대와 대구한의대가 10%를, 경북대와 안동대 등 국립대와 영남대, 계명대를 비롯한 사립대들은 7%를 줄인다. 동국대 경주캠퍼스의 경우 4~7% 감축 계획을 내놨다.

대학 특성화사업은 향후 5년간 수도권과 지방에 약 1조2천700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정부 지원사업으로 정원감축을 많이 한 대학일수록 평가에서 가산점을 받는다. 대학들이 앞다퉈 정원감축을 위해 학과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다.

도내 일부 대학에서는 인문학 및 예체능 과목 등이 통폐합 될 것으로 알려져 구성원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계명대 미술대 동양화과 재학생과 동문들은 학교 측의 신입생 모집 중지 결정에 맞서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지난 17일 동성로 일대에서 퍼포먼스 및 오프라인 서명행사를 진행했다.

계명대 측이 지난달 교육부의 지방대 특성화 사업에 맞춰 동양화과 등 8개 학과의 폐지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오르간·동양화·실내환경디자인학·전통건축학·환경계획학과를 비롯해 생명과학계열, 중어 어문학과(야간), 경찰법학과 등이다. 내년부터 신입생 모집 중지에 들어가 재학생들이 모두 졸업하면 바로 폐과한다.

이에 따라 동양화과 재학생 및 동문들은 지난 12일 피켓 농성을 했고, 온라인 서명도 3천여명이 넘어섰다.

경북대 글로벌인재학부 재학생들도 글로벌인재학부 모집 중지에 반발, 지난달부터 농성을 벌이다 최근 잠정 중단했다. 경북대는 2012년에도 글로벌인재학부 폐지를 시도했다가 학부모와 학생의 반발에 부딪혀 철회한 바 있다.

경북대에서 실제 폐지하는 학과는 지질학과·해양학과 등 20여개 가량이지만 유사전공끼리, 또는 다른학과와 통합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경북대 측은 "폐지학과의 정체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며 단지 이름이 바뀌는 것이다"며 "내년 모집정원에는 큰 변동 없을 것"이라고 해명이다.

또한 계명대 관계자는 "예술계열은 취업율을 제외하고 입학율·이탈자 등 다양한 지표로 산정했다"며 "모집 중지 이후 폐과까지는 5~6년이 걸린다. 전과를 원하는 학생들의 요구를 들어주려는 등 피해를 최소화 하고 있다. 후속조치에 최석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학교 측이 폐지 명분으로 내세운 충원율·고비용 비효율성 등이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려는 그 어떤 절차를 거치지도 않았다"고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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