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노조·7개 직능협회, 사장 퇴진요구 회견

KBS 양대 노조 중 한 곳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의 총파업 찬반 투표가 23일 94.3% 찬성률로 가결됐다.

이에 대해 KBS 경영진은 이날 길환영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제작거부를 벌이는 직원들에게 업무복귀 명령을 내리는 등 대치가 격화되고 있다.

기자·PD 직군 중심의 새노조는 21~23일 시행한 총파업 찬반투표 결과 94.3% 찬성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새노조에 따르면 이는 역대 최고 찬성률이다.

새노조는 KBS 노동조합(1노조)이 마찬가지로 길 사장 사퇴를 요구하면서 27일을 기한으로 별도 총파업 투표를 실시중인 점 등을 고려해 파업 돌입 시점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KBS PD협회 소속 PD 600여명은 이날 하루 24시간 동안 길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제작거부를 했다.

이에 따라 라디오 프로그램은 생방송 프로그램 대부분이 녹음 방송으로 전환됐고 프로그램 내 코너도 대폭 축소됐다.

PD협회는 이날 비상대책위 회의를 열고 협회원들에 대해 비대위 비상지침을 기다리며 대기할 것을 결정했다.

지난 19일 시작된 KBS기자협회와 KBS전국기자협회 제작거부로 KBS 보도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가운데 브라질 월드컵 부문을 담당하는 스포츠국 부장급 간부 5명도 길 사장 퇴진을 요구하면서 보직 사퇴했다.

KBS 양대 노조와 7개 직능단체는 앞서 이날 오전 종로구 청와대 인근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길 사장 퇴진과 보도 개입 의혹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최근 물러난 임창건 전 보도본부장이 길 사장에게 결단하지 않으면 "지금 상황은 뉴스가 멈출 수도 있다"고 말하자 길 사장이 "감수하겠다"고 밝혔다는 내용의 임 전 본부장의 발언록을 공개했다.

이날 회견에는 KBS 기자협회·PD협회·경영협회·기술인협회·촬영감독협회·전국기자협회·전국촬영기자협회 및 1노조·새노조가 참석했다.

KBS는 이날 경영진 일동 명의로 사내게시판에 '업무 복귀 명령'을 올리며 제작거부 중인 직원들을 압박했다.

KBS는 공지에서 "제작 거부를 중단하고 23일 17시까지 업무복귀할 것을 명령한다. 업무에 복귀하지 않고 제작거부와 해사 행위를 계속할 경우 법과 사규를 엄정하게 적용하겠다"고 알렸다.

KBS 특별인사위는 작년 12월 1노조가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벌인 파업과 관련해 노조 위원장과 부위원장에 대해 이날 해임을 결정했다.

KBS는 이와 함께 노조원들을 상대로 형사 고발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경영진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일간지들에 광고 게재를 추진한 것을 두고서도 충돌했다.

새노조 측이 "길 사장이 자신의 입장 표명을 위해 수신료를 개인용도처럼 쓴다"고 비판하자 경영진은 "시청자들에게 사과와 함께 내부 수습이 어떻게 되는지와 대책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일간지에 글 게재를 검토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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