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긍정변수 작용 기대…강온 양면전술 구사

북한이 인천 아시안게임에 참가하기로 결정한 데는 다양한 포석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경색된 남북관계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 지가 특히 관심이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김정은 정권이 국제 스포츠대회의 참가에 적극적 태도를 보여온 점을 감안할 때 올해 아시안게임에도 참가할 것이라는 데 좀 더 무게를 둬 왔다.

무엇보다 북한이 스포츠를 통해 대외적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보여왔다는 점에서다.

국제사회에서 폐쇄적 국가로 통하는 북한이 비정치적인 분야이지만 스포츠 축제에 참가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일원이라는 점을 보여주려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북한은 2012년 8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에 사상 최초로 선수단을 파견하는 등 최근 국제 스포츠대회에 많이 참가하고 있고 대회 입상 소식도 대대적으로 선전해왔다.

올해 인천 아시안게임의 경우에도 북한은 지난 1월20일 남녀 축구팀들이 참가할 것이라고 처음 출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또 북한 입장에서 아시안게임은 내부적으로 스포츠 열기를 띄우는 데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김정은 정권은 '체육강국 건설'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대대적으로 체육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려왔다.

북한은 올해 강원도 원산 인근의 마식령스키장을 본격 개장하는 등 체육 시설을 곳곳에 건설해왔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축구 관람 등 체육행사도 자주 참석해왔다.

북한 사회에 활력을 불어놓고 내부결속을 다지는 데 스포츠가 중요한 수단인 셈이다.

농구광으로 알려진 김정은 제1위원장이 미국프로농구(NBA) 출신의 '악동' 데니스 로드먼을 작년 초부터 수차례 평양에 초청한 것은 북한의 대외 이미지를 개선하고 스포츠 열기를 높이려는 대표적인 시도로 꼽힌다.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북한이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것은 국제대회를 통해 대외개방 의지를 과시하려는 활동"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아시안게임 참가는 남북관계 개선에 긍정적 변수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남북관계 냉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북한이 유화적 손짓을 보내려고 아시안게임 참가를 발표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이 표면적으로는 박근혜 정부를 거칠게 비난하고 있지만 적어도 남북 간 협력관계를 복구할 의지는 아직 남아있다는 표시라는 해석이다.

북한이 남북관계의 걸림돌로 비난해온 5·24 대북제재 조치의 4주년을 하루 앞두고 아시안게임 참가를 발표했다는 점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아시안게임 참가 결정은 꽉 막힌 남북관계를 전환하는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남북관계를 대화로 끌고 가자는 신호로도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아시안게임 참가 발표를 계기로 남북관계에서 대화 국면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미지수라는 신중론이 적지 않다.

북한이 불과 하루 전 서해에서 우리 해군 함정 인근에 포격을 가하는 도발을 했고 23일에도 아시안게임 참가 결정을 발표한 지 3시간도 안 된 시점에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을 내세워 박근혜 정부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북풍조작 책동'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북한이 대남정책에서 당분간 강온 양면전술을 이어갈 공산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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