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이기는 한고조 유방과 고향이 같았다. 지혜와 언변이 뛰어난 역이기는 유방의 참모로 한고조의 천하통일에 크게 기여했다. 역이기가 진류현의 성문을 관리하는 말단 벼슬아치로 있을 때 진나라에 반기를 든 유방이 군사를 이끌고 진류현 성밖에 이르렀다. 역이기는 같은 고향 사람인 유방의 부하에게 유방을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부하로부터 역이기에 대한 보고를 들은 유방은 마음이 내키지않았지만 역이기를 불러오게 했다. 역이기가 들어왔을 때 유방은 침상에 앉은 채 두 여자에게 발을 씻기고 있었다. 유방은 같은 고향사람이라는 말에 만나기는 했지만 시큰둥하게 생각했다.

"패공, 당신은 진나라를 도와 제후들을 치려하십니까? 제후들을 도와 진나라를 치려하십니까?" 역이기의 느닷없는 질문에 화가 난 유방은 "이 비루한 선비 놈아, 천하 사람들이 진나라 폭정에 고초를 당한지 오래거늘 진나라를 도와 제후를 친다는 말을 어떻게 함부로 내뱉느냐" 호통쳤다. "당신이 진실로 잔학무도한 진나라 조정을 무너뜨리려고 한다면 이렇게 앉아서 오만불손한 태도로 나이가 지긋한 사람을 만나서는 안되오" 역이기의 당당한 태도와 꾸지람에 유방은 의관을 바로하고 그를 상좌에 앉게 해 진나라 토벌계획에 대해 물었다. "패공은 오합지졸들과 일어나서 뿔뿔이 흩어진 병사를 모았지만 만 명도 채 되지 않습니다. 이 정도의 병력으로 강대한 진나라를 치는 것은 이른바 호랑이 입속으로 뛰어드는 격입니다. 우선 진류현을 먼저 점령, 기반을 굳히는 게 상책입니다. 진류현은 천하의 요충지로 사통팔달, 교통이 편리한데다 성 안엔 많은 식량이 비축돼 있어 안성맞춤입니다." 역이기의 계책을 따른 유방은 진류현을 차지해 천하쟁패의 기반을 구축했다.

안철수의 책사였던 윤여준이 안철수의원의 합당에 대해 "일부에선 호랑이를 잡으려 호랑이 굴에 들어갔다"하는데 "사슴이 호랑이 굴에 들어간 것"이라고 했다. 국회의원 126명의 민주당에 달랑 국회의원 2명을 거느리고 뛰어든 것은 역이기의 말처럼 호랑이 입 속으로 뛰어든 꼴이었다. 광역단체장 후보 경선에서 '안철수 사람들'의 전멸은 호랑이 먹잇감을 자청한 업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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