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상실로 가치관 혼란 현대사회, 정몽주의 '충의정신'을 숭상하여 올바른 정신문화 확립에 기여해야

영천시 임고면 양항리에 있는 임고서원 충효문화수련원은 지난해부터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한 연중강좌와 직장인을 위한 야간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생아카데미, 부모와 함께하는 충효교실, 찾아가는 서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하고 있다. 포은 정몽주선생의 '충효예의'정신을 바탕으로 시민들과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인성함양과 예절·문화체험을 통한 전통문화 재조명에 목적을 두고 있다고 한다.

현재 KBS 1TV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정통사극 '정도전'의 열풍으로 고려왕조를 지키려다 희생된 포은 정몽주 선생에 대한 관심이 높다. 포은을 제향하는 장충판이 지난 25일 오전 11시 KBS 1TV를 통해 전국에 방영됐다. 임고서원에 소장 중인 장충판은 조선 성종이 1486년에 포은선생의 충과 효를 널리 장려하기 위해 경상도 관찰사 손순효에게 명하여 내린 문서이다. 포항시 남구 오천읍 문충리(文忠里)는 포은의 시호(諡號)를 딴 마을이다. 포은의 생가터 표지도 있고 마을 주민들이 개최하는 음악회가 지난해부터 열린다. 문충리와 인근 동리 주민들은 오천읍 용산숲에서 '포은마을 솔밭음악회'를 개최한다. 문화관광부가 지난해 6월의 문화인물로 포은선생을 선정했다.

포은은 외교, 군사, 법률, 시문, 서화 등 모든 면에 뛰어난 명재상으로 의창을 설립해 흉년에 빈민을 구휼했고, 성리학에 밝아 도덕사회 형성에 기여했다. 이성계의 쿠테타는 어떠한 명분을 대도 정당화될 수 없다. 포은의 개혁론이 더 지당하다할 수 있다. 쿠테타로 왕위를 찬탈하고 새 왕조를 세운 이씨 왕조는 이방원의 난, 수양대군의 계유정난을 불러왔다. 이성계 군사세력의 발호를 견제하려다가 선죽교에서 격살당했지만 선생의 불사이군(不事二君)의 정신은 충신의 전형이 됐고 고려 삼은(三隱)의 한 사람으로 불리어지게 됐다.

포은의 구국정신은 일본의 독도침략야욕이 노골화되는 이 시대에 본받을 만하다. 포은은 일본 규슈 지방장관과 만나 담판을 지었는데, 다시는 왜구가 고려를 괴롭히지 못하게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왜구에 잡혀간 고려인 수백 명을 데리고 귀국하기도 했고, 자신이 왜구토벌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이 때 왜국에 갔을 때 지은 시가 전해져 내려온다. "섬나라 봄볕은 싱그러운데/ 외로운 나그네 아직 떠나지 못하네/ 풀잎은 천리를 이어 푸르고/ 달은 두 나라에 함께 밝겠지/ 설득하느라 노잣돈은 다돼가는데/ 귀국할 일 생각하니 흰머리만 늘어 나네/ 사나이가 사방에 뜻을 둔 것은/ 오직 공명만을 위함이 아니라네" 포은의 우국충정이 알알이 배인 시편이다.

포은의 정신을 기리는 것은 시대를 가리지 않고 지방을 불문하고 고려 말 조선 초부터 현재까지 600년을 이어오고 있다. 임고서원을 비롯해서 개성 등 전국 11개 서원에서 포은의 위폐를 모셔 제향하고 있다. 이만하면 포은의 충효예의정신은 경북정신으로 대표할만하지 않은가. 포항과 영천에 있는 포은 유적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포은의 정신을 기리는 유적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포은의 부모님 고향인 포항과 영천에 각각 많은 유적을 제대로 관리 복원하여 오늘날의 한국정신으로 기려야 할 것이다.

현대사회가 예의상실로 가치관의 혼란을 겪고 있다. 지방선거가 진행되고 있지만 정당도 이념도 내팽개치고 이당 저당 이 노선 저 노선을 옮겨 다니는 철새 정치 후보생들은 특별히 유념해야 할 것이다. 도덕이 끝없이 추락하고 인간성이 황폐한 지금 선생의 충의정신은 이 시대의 큰 거울이다. 정몽주선생의 '충효예의(禮義)' 정신을 숭상하여 오늘날 올바른 정신문화 확립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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