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재앙의 근원은 사람, 한국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한없이 슬프고 우울하다

김기포 기계중앙교회 목사

5월의 산천은 점점 녹색으로 변하고 있다. 최고의 계절이다. 5월은 수식어도 많다. 신록의 계절, 5월의 신부, 계절의 여왕 등으로 불린다. 그러나 이 땅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5월은 한없이 슬프고 우울하다.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한가닥 희망을 품고 간절히 기적을 바랐지만 그동안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 바로 기적이었음을 가슴 아프게 한다.

사자성어 가운데 부위정경(扶危精傾)이라는 말이 있다. 위태로울 때 잘못을 바로잡아 기우는 나라를 바로 세운다는 뜻으로 중국 역사서인 '주서(周書) 이기전(李基傳)'에 나오는 말이다. 지금 우리나라 상황에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말이 아닌가 싶다. 세월호 침몰의 진실규명이 빨리 확인이 되어서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묻고 유가족들이 납득할만한 조치들이 취해지기를 기대한다. 세월호 침몰의 한가운데 있는 유병언 회장의 도피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온 국민의 분노와 유가족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 같으면 하루빨리 사과하고 검찰에 떳떳하게 조사를 받아야 하는데 마치 쥐새끼처럼 숨어 있는 유병언 회장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특히 이미 이단으로 낙인찍힌 구원파 신도들이 금수원에서 숙식을 하며 세 아닌 세를 과시하는 것도 우리를 슬프게 한다. 금수원에 다녀온 일부 기자들은 마치 금수원이 북한을 다녀온 느낌이 든다고 했다. 금수원은 자기들이 원하는 기자들만 초청했다. 그리고 자기들에게 부정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은 아예 들어오지도 못하게 했다. 또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그 넓은 금수원 장소 가운데 자기들이 보여주고 싶은 곳에만 안내하며 언론에 공개했다. 유병언을 추종하는 이단들은 바리케이트를 치고 곳곳에 철조망을 두르고 마치 전쟁을 치르듯이 위협을 주는 광란의 모습들은 우리들을 슬프게 한다.

순교한다는 말은 조심스럽게 써야 한다. 순교라는 단어는 의로운 죽음을 뜻한다. 순교는 자기가 믿는 신앙의 진리를 증거하기 위해서 기꺼이 목숨을 버리는 것이다. 순교는 죽음으로서 신앙의 진리를 지키는 가장 강렬한 행위다. 그래서 순교는 신앙의 직관이요, 순교는 기도의 극치요, 순교는 누구나 흉내낼 수 없는 감동적인 선교사다. 그러므로 순교는 인간적으로 아무나 할 수 없는 위대한 행위이고 신앙적으로는 존경의 대상이 되는 귀한 분들이다.

그러나 구원파 신도들은 유병언을 지키기 위해서 순교까지 불사하겠다고 한다. 참으로 하늘이 웃고, 사람이 웃고, 지나가는 개도 웃을 일이다.

20년이 지난 배를 구입해서 돈벌이하는 악덕기업주들이 우리들을 슬프게 한다. 더군다나 세월호의 이 모든 재앙의 근원이 사람이어서 더욱 슬프다. 인간의 끊임없는 탐욕과 욕망으로 빚어지고 있는 자연재해와 재난, 그리고 인재(人災)들, 그것이 멈추지 않는 인간의 부패와 타락 그리고 인간의 탐욕으로 꽃다운 나이에 차가운 바다에서 생명을 잃었기에 세상은 슬퍼 보이고 우리들을 더욱 슬프게 한다.

문득 독일 산문작가인 '안톤 슈낙'이 쓴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이라는 산문이 생각난다. '울고 있는 아이의 모습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사랑하는 아들아 내 소행들로 인해 나는 얼마나 많은 밤을 잠 못 이루며 지새웠는지 모른다' 대체 나의 소행이란 무엇이었던가? 이제는 그 숱한 부끄러움과 허물들도 점점 기억에서 희미하게 사라지는데 구원파 신도들의 맹종과 유병언의 도피행각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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