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에 있어서 신뢰는 우의나 애정관계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불가결한 요소다. 에릭프롬이 '사랑의 기술'에서 썼듯이 "남을 신뢰한다는 것은 자신의 기본적인 태도와 자신의 인격의 핵심, 자신의 사랑의 핵심에 대해 성실과 불변성을 확인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견고한 신뢰가 있을 때는 어지간한 외부적인 간섭이나 혼란 요소가 있어도 서로의 인간관계가 굳건하게 유지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신뢰가 쌓이면 서로간의 협력은 물론 위험을 참아내는 능력도 커진다.

이러한 신뢰의 힘에 대해 로버트 퍼트남(Robert D. Putnam)과 프란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의 견해가 유명하다.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교 교수이며 정치경제학자인 후쿠야마는 고신뢰 사회는 문명적인 자본주의가 발달된다고 했다. 후쿠야마는 가까운 친족을 넘어서 신뢰에 기초해 다른 사람과 협력하면 피할 수 없는 기업의 위험을 함께 감수해 낼 수 있고, 기업이나 시장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비해 미국의 정치학자이자 사회자본에 대한 연구에 탁월한 견해를 보인 퍼트남은 단순한 인간관계로서의 신뢰가 아니라 사회 자본으로서의 의미를 부각시키고 있다. 퍼트남은 신뢰라는 사회자본이 확실하게 뿌리 내린 곳에서는 민주주의가 발달된다고 했다. 다른 사람과 밀접한 사회관계, 즉 신뢰성이 있는 사회는 이해 조정이 잘 이뤄지고 공공정책 또한 건설적으로 잘 이뤄진다.

후쿠야마와 퍼트남이 공통적으로 내리고 있는 결론은 신뢰가 자본주의를 발전, 심화시키는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사회학을 연구한 학자들이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는 신뢰가 우리 사회에 상당히 결여돼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정부 신뢰도,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 등 우리나라의 공적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가 OECD 국가중 최하위권이라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조사한 '한국 사회자본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자본지수가 5.07로 OECD 32개 국가중 29위였다. 사회자본지수는 공·사적인 신뢰와 배려, 참여 등 사회자본 변화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지수화 한 것이다. 우리 사회가 사회자본의 결여로 큰 진통을 겪고 있다. 엄청난 희생을 치른 세월호 사고를 신뢰할 수 있는 사회시스템 구축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