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소통하며 발견한 자신의 이야기 책으로 엮어, 교육·전시기획자로 활동하며 다양한 에피소드 소개, 섬세한 감수성·세련된 감각으로 독창적 작품 선보여

시간을 수집하는 사진가 - 공명의 시간을 담다컬처그라퍼 | 구본창 글·그림

사진의 실험적 가능성을 끊임없이 모색해온 사진가 구본창의 30년 사진 인생이 책에 담겼다.

'공명의 시간을 담다'는 그가 사진가로서 세상과 소통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발견해 필름에 담아 간 과정을 엮은 사진 에세이이다. 사진을 통해 인생을 관조하는 거장의 통찰력과 그의 작품들이 집대성된 인문적 사진 이야기이다.

구 작가는 섬세한 감수성과 세련된 감각으로 독창적 작품들을 선보이며, 사진이 국내에서 현대예술의 장르로 자리매김하는 데 대표적 역할을 했다.

그가 사진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주제는 커다란 사회적 이슈가 아니다. 인간의 가장 보편적인 감정을 읽어 내는 삶의 통찰과 일상적 사물의 영혼을 들여다보는 조용한 교감이다. 작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화려한 것보다는 사라져 가는 작고 애틋한 것들에 대한 애정을 표현해 온 구 작가가 기록한 시간의 기억과, 그가 추구해 온 삶의 자세와 작품세계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들을 수 있다.

내성적이었던 청년이 현실의 벽을 깨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손에 넣기까지의 분투와, 관조적인 자연의 탐구를 거쳐 한국의 전통문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거장이 되기까지, 한 사진가의 필름 속에 스며든 수많은 이야기들이 처음 공개되는 사진들과 함께 펼쳐진다.

단순히 사진 작품집이나 자전적 이야기라는 한 가지 측면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예술가의 관점에서 그가 바라보는 세상을 총체적으로 조명한다.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은 말굽자석을 앞에 갖다 놓고 공명(共鳴)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한쪽을 두드리면 다른 한쪽이 공명을 일으키며 웅웅 소리를 반복하던 두 개의 말굽자석. 나의 바람도 결국 그런 사진적인 공명이다. 나는 내가 찍은 사물과의 교감이 일종의 에너지처럼 필름 속에 스며든다고 믿는다."<본문 중에서>

사진가는 카메라로 이미지를 기록하는 사람이다. 요즘은 휴대폰으로도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이미지의 기록이라는 행위가 보편화됐지만, 사진가의 기록은 일반적인 휴대폰 사진이나 디지털 카메라의 기록과는 다르다. 스쳐 지나가는 장면은 두 번 다시 반복될 수 없기 때문에 그때를 놓치면 영원히 재현할 수 없는 순간들을 기록하기 위해 항상 카메라를 들고 렌즈 너머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이다.

이 중 구 작가의 사진 세계는 일상의 시간 속에서 대상과 느끼는 공명과 교감을 추구해온 그의 행복한 기억의 조각들이다. 잘 들리지 않는 떨림이나 사소한 일상이 아름답게 빛나는 순간들, 삶의 표면 아래 감춰진 아련한 상처들처럼 스쳐 지나기 쉬운 수많은 이야기를 사진에 담아 그에 공명하는 누군가에게 감동을 전하는 것, 그것이 저자가 추구하는 사진가로서의 삶이다.

독일에서 유학하며 그곳에서 사물과 대화하는 법을 깨달은 그는 한국에 돌아와 도시와 인체를 필름에 담으며 사진가로서 현실에 발을 디딘 후, 작가의 내면을 투영시킨 세상의 모습들을 사진으로 보여 주었다. 말 못하는 작은 새와 나비, 바다나 눈처럼 조용하지만 우리 주변을 강한 생명력으로 메우고 있는 자연, 비누나 빗자루같이 시간과 함께 사라져 가는 것들, 그리고 우리 전통의 탈과 백자 등 그의 작품들은 주로 조용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을 거는 것들이다.

이 책은 제목과 같이 그의 대표작을 통해 이러한 공명의 순간들을 주로 포착하고 있지만, 상업사진과 예술사진, 사진을 잘 찍기 위해 필요한 도구와 정보의 관리 및 에디팅 능력 등 사진에 관심 있는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실제적인 이야기도 함께 담고 있다. '공명의 시간을 담다'는 저자가 사진가로서 그리고 교육자이자 전시 기획자로서 다양한 측면에서 들려주는 입체적이고 사색적인 사진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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