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하늘을 기울여, 거품 바다

그득 한잔이다.

 

속에서부터, 모든 말은 붉다. 불길 몸으로 휘는 파도의

 

혀.

 

돌아와 한 주전자 수돗물을 받았다.

이 위로, 몇 척의 배가

지나갔을까.

 

불에 올렸다.

<감상> 붉은 놀빛 가득한 저녁 풍경을 바라보는 일은 삶의 하루하루를 여행으로 여기는 멋진 일이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은 예측 가능한 일에 예측할 수 없는 일이 따라오게 되어 있다. 무엇인가 일어날 것을 예측하고 서해를 찾은 시인이 얻은 것은 무엇일까? 혀다. 말을 발음하게 하는 혀 저쪽으로 파도소리도 있다. 그 여운이 주전자 가득 물을 받아 불에 올리게 하고, 서해에서 체험한 배를 기억한다. (하재영 시인)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