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이 많다는 것은 말 그대로 '나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걸 가지고 있고, 당신은 부족하네요. 내 남는 몫을 당신과 나누고 싶어요'라는 뜻이다. 내 남는 몫이 돈이나 물건처럼 눈에 보이는 것이어도 좋고, 그렇지 않은 것이어도 좋다. 말이나 행동에서 인정이 느껴지는 것만으로도 상대에게 얼마든지 엄청난 기쁨을 선사할 수 있고, 상처받은 가슴을 치료해줄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시인 겸 배우 마야 안젤루가 쓴 수필집 '딸에게 보내는 편지' 중의 내용이다.

마야 안젤루는 버락 오바마와 오프라 윈프리가 자신들의 멘토라 여긴 사람이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미국인들의 정신적 스승이자 가장 존경받는 어른 중의 한사람이었다. 마야 안젤루는 '흑인 여성'이라는 사회적 약자로서 숱한 삶의 고비를 넘긴 사람이다. 세 살 때 부모의 이혼으로 어린 시절을 할머니 밑에서 보냈고, 여덟 살 때 어머니의 남자친구에게 강제 추행을 당해 실어증에 걸려 오랜 세월 말문을 닫고 살기도 했다. 십대에는 샌프란시스코 최초의 흑인 여성 전차 차장이 됐고,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열여섯 살에는 아들을 낳아 미혼모가 됐다. 그리고 웨이트리스, 요리사, 댄서, 가수 등으로 힘겹게 일하며 홀로 아들을 키웠다. 그 어느 누구보다도 굴곡진 삶, 거친 삶의 파도를 맞은 그녀였지만, 언제나 꿋꿋하게 다시 일어서서 그 삶에 정면으로 맞섰다. 그의 수필집 '딸에게 보내는 편지'는 그가 살아오면서 온몸으로 부딪히며 깨달은 삶의 교훈을 주는 내용으로 짜여 있다.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를 전한 마야 안젤루가 28일(현지시각)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자택에서 86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버락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부인 미셀 여사가 "우리시대 가장 빛나는 별 중의 하나였던 고인을 기린다"는 추모 성명을 발표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밀어오를 때면, 떠난 사람에게서 무엇을 배웠고 앞으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묻고 고민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가능한 한 빨리 기억하려고 한다. 그 사람이 남긴 유산 중에 어떤 것이 훌륭한 인생을 사는 데 도움이 될까 하고 말이다."하는 글귀가 유독 가슴에 와 닫는다. 세월호 참사의 고통처럼 우리 주변에 가슴 아픈 사연을 간직한 이들이 너무 많아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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