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말기 정나라의 등석은 말재간이 뛰어난 인물이었다. 그러나 말재간 때문에 말장난을 일삼다가 화를 자초했다. 어느 해 폭우로 불어난 강물을 건너던 부잣집 아들이 급류에 휩쓸려 죽고 말았다. 그 시체를 찾은 어떤 사람이 부잣집에 돈을 받고 팔려고 했다. 시체를 갖고 있는 사람이 부잣집을 찾아가 시체 값을 엄청나게 높게 불렀다. 부자는 등석을 찾아가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방도를 물었다. "안심하십시오. 당신 집 말고는 그 시체를 다른 사람에게 팔지 못할 것이오." 등석의 대답을 듣고 집으로 돌아온 부자는 시체를 갖고 오기만을 기다렸다. 부잣집에서 시체를 사지 않으면 시체가 썩을까봐 걱정하던 시체 소지자도 등석을 찾아가 가르침을 청했다. "안심하십시오. 그 부자는 당신 말고는 다른데서 시체를 사지 못할 것이오." 시체를 찾은 자는 탐욕을 부리다가 시체가 썩는 바람에 아무 이득도 취하지 못했다. 그리고 재물이 아까워 시체 수습을 게을리 한 부자는 혈육의 시체를 바깥에 내팽개친 패륜을 저지른 꼴이 됐다. '부호색시(富戶索尸)'의 이 고사에서 등석은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다는 양가론(兩可論)의 말장난으로 합당한 처방을 내놓지 않고 죽은 자의 시신만 썩게 만들었던 것이다.

중국 역사상 최초의 직업 변호사였던 등석은 자기가 맡은 소송을 이기기 위해 말재간을 이용, 옳은 것도 그르다 하고, 그른 것도 옳다 하여 옳고 그른 것이 종잡을 수 없게 됐다. 등석의 말장난으로 정나라의 법도와 기강이 어지러워지자 재상 자산은 등석을 처형해버렸다. 등석의 처형으로 옳고 그름이 바로잡아지자 정나라는 안정을 되찾았다.

'험구중독'으로 정평 나 있는 유시민 전 복지부장관이 또 말장난 사고를 쳐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자초했다.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사람들 엄청 죽고, 감옥 갈 거라고 말씀드렸었는데 불행히도 그렇게 돌아가는 것 같다"고 해 세월호 참사를 끌어들여 자신의 예견이 맞았다는 듯이 재난정국을 희롱했다. 이에 앞서 대선 패배 이후 험구가로 돌변한 문재인의원은 "세월호는 또 하나의 광주"라고 해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비유한 말장난으로 국민의 비웃음을 샀다. 국민에 백해무익한 말장난도 나라의 큰 재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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