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고운 날

 

얼개미로 걸러낸

 

인연의 고요를 열어

 

촘촘한 그물을 깁다.

<감상> 시를 쓰는 일은 세상에 돌아다니는 수많은 언어를 체로 고르는 일임에 틀림없다. 모든 것이 시가 되면 어찌 시인(詩人)이란 고상한 말을 쓸 수 있을까. 얼개미로 걸러낸 인연을 초에 불 밝히듯 끄집어내어 환한 이야기로 날줄과 씨줄로 엮는 일. 그러기에 시인은 바쁘지 않으면서 바쁜 일을 하는 사람이다. (시인 하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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