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시대 정나라의 상경 자피(子皮)가 각별하게 좋아하는 신하 윤하(尹何)에게 자신의 봉읍을 주어 다스리는 경험을 쌓도록 했다. 당시 정치가이자 논변가인 자산(子産)이 이 일을 알고 자피에게 말했다. "윤하는 나이가 너무 어려 그 일을 제대로 감당할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자피는 "그는 신중하고 착한 자요. 내가 그를 좋아하니 그 또한 나를 배반하지 않을 것이오. 그를 한 번 내려보내 배우게 하면 곧 봉읍을 어떻게 다스리는지 알게 될 것이오." 자산이 반박했다. "안됩니다. 무릇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늘 그의 장점을 보려고 하는 법입니다. 지금 당신이 총애해 백성 다스리는 일을 맡기려 하나, 이는 칼을 다루지 못하는 자에게 고기를 자르게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게 하면 도리어 그 자신을 다치게 하는 꼴입니다. 당신은 우리 정나라의 대들보입니다. 대들보가 부러지면 서까래는 무너지고 맙니다. 당신의 비호를 받고 있는 저는 장차 밑에 깔려 죽게 될 것이니, 어찌 감히 진실을 말하지 않겠습니까? 당신이 좋은 비단을 갖고 있으면 결코 마름질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비단을 주어 마름질 연습을 하라고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라고 비유해서 만류했다.

자산은 또 "배운 뒤에 정치를 한다(학후입정 學後入政)는 말은 들어 보았지만 정치를 배움의 대상으로 삼는다(이정위학 以政爲學)는 말은 아직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만일 그와 같이 한다면 틀림없이 큰 화가 닥칠 것입니다. 이는 사냥에도 비유할 수 있습니다. 활쏘기와 수레몰이를 잘하면 짐승을 잡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수레를 타고 활을 쏘아 본 적이 없으면 수레가 뒤집혀 다치지나 않을까 걱정하기 바쁠 터여서 사냥을 생각할 겨를이 있겠습니까?" 자피가 말했다. "당신의 말이 옳소! 내가 어리석었소"하고 봉읍을 주어 다스리게 하는 실험을 철회했다.

이처럼 정치는 배움의 대상이거나 실험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그런데 4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 전혀 정치적 소양을 가추지 못한 인물들이 정치를 하겠다고 덤비고 있다. 대구경북의 단체장 후보자로 나선 사람의 40% 정도가 전과자이고, 기초의원 후보자 중 46.5%가 전과자라한다. 유권자가 이들에게 표를 주어서 정치실험을 하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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