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시아 권력지형 급변하게 재편, 객체가 아닌 주체로 살아 남기 위해 능동적이고 적극적 대외전략 추진을

머나먼 싱가포르에서 매년 열리는 아시아 안보회의는 샹그릴라 호텔에서 1일 끝났지만 우리 한국의 동남해안 인접 지역주민에게는 피부에 와 닿는 외교소식이 아닐 수 없다.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며 한국 영토 침략 야욕을 노골화하고 있는 일본이 이번에는 미국을 등에 업고 중국과의 영토외교공세를 폈기 때문이다. 우리 외교의 험난한 행로를 예고하고 있어 착잡하다.

일본 아베 신조 내각은 47년 만에 무기수출 정책을 폐지했다. 집단자위권을 추구하는 아베 내각의 군사적 보통국가화 행보와 연관돼 있다는 점이다. 집단자위권 추구는 기존의 전수방위 전략의 틀을 깨고 공격용 무기 등을 위주로 전반적인 군비 체제를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궁극적으로 필요하면 전쟁도 할 수 있는 군사적 보통국가로 가는 것. 그것이 일본의 노림수다. 중국은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맞서 지금보다 더한 물량투입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 싸움은 중·일간 방위력 경쟁 차원을 넘어 미·중간 동북아 패권 다툼의 양상으로 전개될 수 밖에 없으며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으로 한반도 운명이 경각에 달릴 가능성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우리 국민이 근래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은 역사적 피해의식과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 임진왜란 전후 왜구의 침입과 근세 일본의 한국 침략에서 가장 먼저 피해를 본 지역은 경상도권이고 지역 주민들은 거리에서 개죽음을 당했기 때문이다. 군사대국화를 꾀하는 일본에 대응하는 대구,포항,울산,부산,마산,창원 등 주요도시가 포진해 있는 동남권의 군사방비가 필요하다. 수도권에 집중된 국토방위체제를 점검해야 하는 시점이다. 군사력 강화를 꾀하는 일본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이번 제13차 샹그릴라 대화는 역내 안보 위기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줬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기조연설에 대해 왕관중 중국군 부총참모장은 "아베 강연은 함사사영(含沙射影) 식으로 중국을 비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모래를 머금고 있다가 그림자를 향해 발사한다는 함사사영은 몰래 남에게 치명상을 입힌다는 뜻이다. 또 미국의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최근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자기 주장을 내세우며 안정을 위협하고 일방적 행동을 해왔다"고 직공을 폈고, 중국측은 "헤이글 장관의 발언이야말로 패권주의 색채와 협박이 가득하다"고 면전에서 비난했다.

외교무대에서 미국·중국·일본 외교관들의 이런 직설화법은 외교 발언의 수위를 벗어난 것이다. 아시아 안보위기는 최근 중국의 '근육 과시'와 일본의 과거사 왜곡 및 군사대국화 움직임으로 더욱 첨예해지고 있다. 미국의 지원을 받는 일본,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이 아시아 지역을 '미·일 대(對) 중·러'의 신냉전의 장으로 몰아가면서 패권다툼을 노골화 하는 것이다.

남북 분단의 현실에서 미·중 패권 다툼의 눈치를 봐야 하고, 일본의 역사도발과 군사대국화도 경계해야 하는 우리 외교의 현실은 참으로 녹록지 않다. 조선시대 선조와 인조정권이 유연하고 능동적인 대외전략 마련에 실패하여 임진왜란·병자호란에 수많은 백성들이 고통받은 것처럼 우리는 언제라도 냉엄한 국제정치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외교의 과제는 복잡한 수학 방정식 풀이와 진배없다. 하지만 어렵다고 과제 풀이를 소홀히 하거나 외면한다면 우리는 급변하는 동아시아 권력지형 재편 과정에서 주체가 아닌 객체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자신감을 갖고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외전략을 마련하고 추진해야할 때인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에 따라 내정은 책임총리에게 맡기고 외교 국방 통일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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