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빛이 환해지며

산등성이가 황소의 등짝처럼 계면쩍은 터럭까지 다 드러내자

지나가는 손 있는 것들 모두 능선을 굵어준다

산들바람마저 제 뭉둥손으로 고랑과 주름을 헤아린다

<감상> 새벽, 밝아진다는 것. 희미하지 않게 누군가를 확실하게 알아본다는 것. 그 자체가 세상의 등을 보여주는 일이다. 등짝은 많은 힘을 담고 있다. 무거운 짐을 등짝에 짊어지고 가는 게 사람들 아닌가? 거짓말이라고? 학생들도, 등산객도, 높은 산을 오르는 포터들도 등짝에 무거운 짐을 지고 있지 않는가. 그 등짝을 굵어주는 일은 위로며, 사랑이며 밝은 내일을 기약하는 일이다. (시인 하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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