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저물어가면서

세상이 줄줄이 어둠 속으로 들어간다

물거미와 장구벌레 같은 것들도 파장을 그으며

간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으므로

한없이 고통스럽고 두려운 우리는

그것이 한 개의 돌이거나 지평선에 드러누운

나무들이라 할지라도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밤낮으로 지나는 골목에서도 우리는

문득문득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본다

<감상> 깜깜한 밤하늘 잠시 올려보는 별처럼 정적을 한 곳에 고정한 때가 있었는지? 관성의 법칙에 따라 어제에 이어 오늘도 앞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는 우리들 삶이 아닌가. 저물어가는 하루, 낮은 위치로 가라앉는 시간을 발견하는 일. 그것을 깨달을 때, 스스로 놀라지 않는다면 참 슬픈 일일 것이다. 문득문득 걸음을 멈추고 되돌아보는 일이 그저 감사할 뿐이다. (시인 하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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