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현장 이모저모

대구·경북지역의 6.4 지방선거는 세월호 참사 영향을 받은 듯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투표 관리관과 옥신각신을 벌이는 일은 어김없이 나타났다.

또한 포항에서는 투표 중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지는 상황도 발생했다.

이와 함께 이번 선거부터 기표소 가림막이 제거된 채 진행, 시민들이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포항시남구선거관리위원회 관내에선 선거 후보자 유세팀들이 투표소 가까이 접근 했다 쫓겨나는 일도 벌어졌다.

○…이번 선거가 지닌 특별한 의미

4일 '대이동 제4투표소'인 포항시 남구 대잠동 세명고등학교에서 오전 8시께 투표를 마친 차모(52)씨는 이번 투표가 이전과 다른 의미를 지녔다고 설명했다.

차씨는 "투표는 차분한 호소다. 세월호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어린 학생들에게 빚진 마음으로 투표에 참가했다"며 "내 선택이 앞으로 세월호 같은 일을 막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내 투표용지까지 찍어 한번에 내려던 유권자

이날 오전 9시30분께 남구 상대동6투표소에 40대 부부가 투표를 하기 위해 방문, 남편이 1차 투표 후 2차 투표시 아내의 투표용지까지 기표하려다 참관인에게 적발됐다.

이 남성은 참관인이 아내의 인적사항을 확인하려하자 화를 내며 투표용지를 찢고 밖으로 나갔다. 남성이 버리고 간 표는 무효처리 했으며, 선관위는 남성의 인적사항을 파악 중이다.

○…왜 가림막이 없는건가요? 투표용지가 왜 6장인가요?

4일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선관위 사무실 전화기가 쉴새 없이 울렸다.

문의 또는 이의를 제기하는 유권자들의 전화였다. 이 가운데 지난 보궐선거 당시 시험 운영된 개방형 기표소에 대한 이의제기가 많았다.

일부 유권자는 이 기표소 가림막이 없자 감시를 받는 기분 나쁜 느낌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뿐만 아니라 남구 지역 중 경북도의원 후보자가 단일 출마로 당선, 투표용지가 기존 7장 보다 한장 줄었다는 것을 파악하지 못한 시민들은 1장이 모자라다고 선관위에 따져 물었다.

선관위 관계자는 "가림막이 없는 기표소는 선진국에서 이미 도용해 사용하고 있다"며 "투표용지 촬영 등 기표소 내 불법 행위를 예방하는데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도의원 후보자가 당선 돼 투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몰랐던 시민들을 설득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투표 중 쓰러져 병원으로 응급 수송

투표소를 찾았던 70대 유권자가 투표 도중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4일 오전 11시 40분께 최모(73)씨가 포항시 중앙동 6투표구(중앙초등학교)에서 1차 투표를 마치고 2차 투표를 하던 중 갑자기 쓰러져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최씨는 병원에서 의식을 회복했으며, 쓰러질 때 충격에 엉덩이 골절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열띤 막바지 선거유세가 위법 부르기도

이날 오전 남구선관위 관내 투표소곳에서 선거 후보자들의 유세팀들이 투표소 100m 이내로 접근했다 선관위의 제지를 받았다.

선거법 상 선거 후보자, 유세팀 등이 투표소 100m 이내로 접근 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이 같은 일이 2차례 벌어지면서 선관위는 유세팀 감시의 고삐를 더욱 당겼다.

○…투표소 바뀐 위치 몰라 우왕좌왕

4일 오전 11시 20분 포항시 북구 우창동 제1투표소 포항여자중학교.

유권자들이 학교 정문 바로 왼쪽에 위치하던 투표소가 올해부터 300m 가량 떨어진 수학전용교실Ⅰ로 바뀌어 헷갈리거나 불편을 호소했다.

하지만 다행히 정문 입구에 자원봉사자로 나선 중학생들이 재빨리 안내해 큰 혼란은 없었다.

특히 이날 유권자들은 어린이의 손을 잡고 가족 단위로 삼삼오오 모여 투표소를 찾았고 투표를 마친 뒤 학교 운동장에서 자녀와 달리기를 하는 등 딱딱한 분위기를 탈피해 선거 자체를 즐기려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직접 자녀들에게 투표하는 방법 등을 꼼꼼히 설명해 주면서 주권을 행사하는 중요한 일임을 알려줬다.

자원봉사자 이설희(14·여·포항여중 1년)양은 "새벽 6시부터 안내 봉사를 맡고 있는데 가족 단위의 유권자들이 많이 보였다"면서 "날씨가 조금 춥긴 하지만 유권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귀띔했다.

○…우여곡절 끝에 투표 마친 청각장애인

경산시 사동에 거주하는 안모(여·53·청각장애 2급)씨는 자신의 투표소를 찾지 못해 예전에 살았던 중앙동사무소를 방문 했다. 마침 투표사무원으로 근무하던 이은영(여·44·수화통역센터 근무)씨를 만나 이씨의 친절한 안내로 동부동에서 무사히 투표를 마쳤다.

○…이주여성 당당한 한표

김천시 봉산면 제1투표소에서 선거권을 취득한 결혼이주여성 베트남 출신 이아라(28·여)씨가 당당히 유권자의 권리를 행사했다.

이씨는 "지난해 3월 귀화한 이후 첫 투표를 해 한국인으로서 유권자의 권리를 행사 할 수 있어 행복하다"며 "앞으로 선거에도 꼭 투표를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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